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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忍耐 상

승자도 패자도 없이 링 위에서 권투장갑 낀 채로 기싸움을 해오길 어느덧 41년 사람들은 '결혼기념일'이라고 말하지만 난 '결혼 서바이벌'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혼생활이 달콤한지 씁쓸한지 휫갈리는 상태에서 권태기로 진입하면서 서로에 대한 실망,후회 등이 점점 부각되기 시작했다. 제7차례에 걸쳐 실시한 대한민국 경제개발 5개년의 성공이 오늘날 민주화의 초석이 되었다면 41년째 이어오는 나의 버티기 계획은 영원한 것인가... 아이들 예민한 성장기를 깃점으로 조금만 참으면 대학진학을 하게 되어 내 책임도 덜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15년 이상을 버티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첫째가 떠나도 여전히 둘째가 남아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차례로 대학입학과 졸업할 때 즈음 함께 살고 계시는 시부모님도 점점 쇠약해지고 계신..

기본폴더 2023.04.29

'멋'

'멋' 내가 참 좋아하는 단어 '멋' 다른 글자와 달리 이 글자에서는 날렵한 곡선과 대비된 부드러운 능선이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 '멋' 을 쓰게 동안 나는 학이 되어보고 소리를 내어 읽게 되면 무용수가 되는 환상에 빠지고만다. 그러다 보니 기분이 좋거나 긍정적인 느낌을 표현할 때는 나는 언제나 '멋'이라는 글자를 앞 세우는 버릇이 있다. '멋진 생각' '멋진 만남 ' '멋진 사람' '멋진 식사' ' 그리고 '멋진 소통' 등 등 내 글 칸이나 대화 속 단골메뉴다. 학창 시절 나는 우등생이나 모범생이 되는 것보다 '멋쟁이'가 되기 위한 딴짓에 시간을 탕진했다. 즉 광촌에서 금보다 돌 캐는데 시간을 팔았다고 말하는 게 솔직하다. 패션이나 스타일에 관심을 쏟다 보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대신 동네 양장점이나 ..

기본폴더 2023.04.14

팔짱 끼고 싶은사람

변덕스러운 3월이 가고 나면 곧바로 4월이 열리면서 완연한 봄이 찾아온다. 겨울을 버텨낸 생명체들이 여기저기 멍울을 터트리는 소리와 팔짱을 끼고 싶다. 모든 생명체들의 기다림인 '봄' 화창한 봄이 되면 떠 올리게 되는 화가의 작품들이 있다. 바로 네덜란드 출신으로써 낭만적인 아티스로 잘 알려진 웰렘 하레츠 (Willem Haenraets) 대부분 그의 작품의 주제는 전원생활 그리고 가족 특히 여인들의 로망을 섬세한 터치로 완성시키는 낭만적인 아티스트이다. 특히 수채화 느낌으로 그린 탱고 춤추는 작품은 몽환적이기도 하지만 강렬하고 역동적인 감각까지 내 시선 안으로 초대가 되면 우주 모든 만물들이 소생하는 힘까지 보인다. 작가는 갇혀있던 것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기술자인가 연인들의 속삭임과 여인들의 비밀까지 ..

기본폴더 2023.04.04

굴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 부는 날이나 날씨와 상관없이 요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괴로운 날도 즐거운 날도 기분과 상관없이 오전 시간에 나는 요가를 한다. 때로는 좋은 일이 생겨 기분이 좋은 날도 있고 괴로운 일로 중 (重) 한 짐을 지고 있을 때도 있으나 기분에 따라 그 파장의 길이나 폭이 다른 건 사실이다. 그래서 호흡과 명상에 집중하는 요가를 통해 '마음 다스리기'에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 감당하기 힘든 일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안으로 파고드는 고통의 원인을 명상과 호흡 중에 찾으려는 습관이 생겼다. 발생하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고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를 향한 원망 때문에 스스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고통의 무게가 쇠뭉치로 느끼게 되는 건 가해자나 피해자가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나..

기본폴더 2023.03.26

내 탓

카페인에 대한 예민한 반응 때문에 커피를 맛 대신 향으로 즐기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늘 상상 속에서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의 향을 골고루 맡으며 모닥불 피워놓은 산장이나 해안가에서 홀짝거리는 멋을 연출하는 만용으로 대신하곤 했다. 물방울이 빗줄기가 되어 창문을 두드리는 날이면 상상의 수치는 창틀 끝으로 치달아 올라 달달한 휴식에 빠지기도 한다.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셔도 꿀잠을 잔다고 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보인다면 그만큼 향과 맛을 동시에 즐기지 못한 서러움일 수도 있다. 은퇴 준비 즈음에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서 마실 용기가 생겼고 은퇴를 하자마자 아침을 맞이하면 제일 먼저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는 일이 하루 노동의 보약처럼 강력한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예전에 상상 무대에서 커피잔을..

기본폴더 2023.03.20

설레는 계절

가을이 지워진 자리에 겨울이 들어설 때와는 달리, 겨울 뒤에 오는 것이 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과 몸에서 온갖 수선을 피운다. 무겁고 답답한 것 한 겹씩 떼내버리고 나도 뭉게구름인양 떠돌고 싶고 길가에 꽃인양 괜히 눈을 흘기고 싶어 진다. 아래의 시를 만났던 그땐 지금보다 훨씬 설레었다. 멀리서 웃음을 던진다 가면인 줄 알듯이 속아주며 피워내는 꽃 속절없이 열어주는 가슴이 곱다. 빼앗기는 순결을 부추며 그 고운 숨소리 담아가는 빛으로 일어서는 여인의 향내 세상의 연인들이 꽃잎으로 다듬는 얼굴은 누구의 밤을 찾아가는 요염인가 박종명의 -꽃을 훔치며- 괜히 꿈틀대기 시작한다 봄은 그런 것이다. 은근히.... 음악: Flower Duet from Lakme 글, 사진 (구글)/작성 이 슬

기본폴더 2023.03.11

非常口

다른 건 몰라도 내가 확실히 믿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살아 숨쉬는 사람 가운데는 백 퍼센트 행복한 사람도 백 퍼센트 불행한 사람도 없다는 것' 이다. 가능하면 어려운 문제나 고통은 피하고 마음의 평안을 안겨주는 '기쁨' 의 방문만 바라는 인지상정일 뿐이다. 대체로 마주한 문제가 스트레스로 쌓이면 피하고 싶은 수단으로 술과 담배 그리고 약물 등에 의지하다보면 피폐한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침묵을 배경으로 매일 요가하고 또 걷는 것도 마주치는 스트레스에서 살아남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방식이요 처방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처방전으로도 외면할 수 없을 때는 다른 세계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코스프레를 하게 된다. 아래의 시 역시 내 나름대로..

기본폴더 2023.03.03

큰아버지의 執事

강가에 사시는 큰 아버님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은 60년대 초반 내가 초등학교 5-6학년 즈음이었다. 그 당시 큰아버지에게는 공무원이 되어 서울로 옮겨간 큰 아들과 서울의대를 졸업한 둘째 아들의 미국 생활이 막 시작했던 때인 걸로 기억한다. 우리 집은 고향 동네 중심가인 대로변에서 있었는데 큰아버지는 사람들을 시켜 수시로 나를 찾으셨다. 한참 신나게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불려갈 때는 정말 화가 나고 짜증이 치올라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내 두 발은 어느새 강변 큰집 대문 앞에 당도해 있곤 했었다. 내게 주어진 주 업무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전매청에서 들어온 담배를 판매장에서 싣고 오는 일인데 그때마다 내 앞에는 손가락에 닳아빠진 주판이 놓여 있었다. 큰아버지께선 필요한 담배 종류와 ..

기본폴더 2023.02.20

원초적 설렘

한때는 Valentines Day 가 들어있는 2월이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기다려지고 바쁜 달이기도 했었다. 사랑을 기억하고 사랑의 그물망에 걸려든 상대에게 선물을 전하는 사랑으로 공기가 충만한 달이다. 일 년 중 발렌타인스 날은 꽃과 쵸코렛을 파는 가게와 더불어 식당이 엄청 붐비는가 하면 우리가 운영했던 보석가게도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매상이 오르는 날이다. 가게를 접은 지도 거의 5년이 된 지금 그런 기대와 설렘임을 가졌다는 사실조차 기억에서 밀쳐져 있는데... 우연히 정여울이라는 작가의 첫사랑에 대한 글을 읽게 되자 누구에게나 한 번쯤 경험한 첫사랑의 쓰고 달달한 그 기분을 떠올리게 된다.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달'이라는 간판을 가슴에 달고 싶은 용기는 어디서 왔을까.... 첫사랑의 대표 증상..

기본폴더 2023.02.12

십오 초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가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 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기본폴더 202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