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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큐팁 2023. 4. 14. 06:55

 

'멋' 

 

내가  참 좋아하는 단어 '멋'

 

다른 글자와 달리 이 글자에서는

날렵한 곡선과 대비된 부드러운 능선이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 '멋' 을 쓰게 동안 나는 학이 되어보고

 

소리를 내어 읽게 되면

무용수가 되는 환상에 빠지고만다.

 

 

 

 

그러다 보니 기분이 좋거나 긍정적인 느낌을 표현할 때는

나는 언제나 '멋'이라는 글자를 앞 세우는 버릇이 있다.

  

   '멋진 생각' 

'멋진 만남 '

'멋진 사람' 

'멋진 식사' '

그리고 '멋진 소통'  등 등

 

내 글 칸이나 대화 속 단골메뉴다.

 

 

 

학창 시절

나는 우등생이나 모범생이 되는 것보다 

'멋쟁이'가 되기 위한 딴짓에 시간을 탕진했다.

광촌에서 금보다 돌 캐는데 시간을 팔았다고 말하는 게 솔직하다. 

 

패션이나 스타일에 관심을 쏟다 보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대신

동네 양장점이나 옷가게에서 두리번거리며 광기를 부렸다.

 

어쩌다 '멋쟁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 내 평정심은 신호등을 무시한 채

질주를 하곤 했다.

 

 

 

미국 오기 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사촌 언니의 시크한 옷차림과 염색된 머리카락이

여전히 기억 속에 박제가 된 걸로 보아

나는 여전히  '멋쟁이'이라는 단어와 그 울림에 지배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내가

나이를 먹고, 은퇴를 하고,

이제는 노후의 삶에 대해 나름 진지해지기 시작하면서

멋'이라는 말의 의미와 그 뜻을 다른 차원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세상 이치에 노련한 선배들의 역동적이고 의미 있는 노후 생활이

최고의 '멋짐'으로 부각이 되기 시작한다.

 

 

'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화려한 포장이나 치장보다

깊이와 기품이 배어있는 언어와 행동에서

진정한 멋을 찾게 되는 요즈음이다. 

 

나이를 잊은 듯 주변의 영향을 끼치는 생산적인 일에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인생의 진수를 보여주는 선배들 중에서 

그 옛날 내 시선을 강탈했던 사촌 언니를 발견한 지금이 신기할 뿐이다. 

 

 

* 설치작업 중인 언니 

 

그때는 언니의 겉 멋을 보았다면

점점 대화의 폭이 확장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자신을 설레게 하기 위한 장치로

창의적인 일에 감당할 수 있는 역할 능력의 보폭에 맞추려고

시간을 조각하고 있는 언니의 모습에 도전장을 들이대고 싶을 정도로

세련된 '끼'를을 부리는 수목원에서의 일상을

마음으로 훔치는 중이다.

 

 

*수목원 언니의 설치작품

 

*최근 수목원에 오픈한 갤러리 바깥전경

 

*언니 작품들

 

.

너무 늦지 않은 지금에 도착해

언니랑 함께 익어 간다는 사실에 두 손이 저절로 모으게 된다.

 

 

 

고대 철학자 '섹스투스'는

현명한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닮는다고 했다.

 

 비슷한 생각과 모토로 살아가는 언니와 내가

서로를 비추는  든든한  '네 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아래

피천득의 글로 대신한다. 

 

 

 

 

 


멋있는 사람은 가난하여도 궁상맞지 않고 인색하지 않다.
폐포파립(敝袍破笠)을 걸치더라도 마음이 행운유수(行雲流水)와 같으면 곧 멋이다.

 

중략

멋은 허심하고 관대하며 여백의 미가 있다.
받는 것이 멋이 아니라, 선뜻 내어주는 것이 멋이다.

천금을 주고도 중국 소저의 정조를 범하지 아니한 통사 홍순언은 우리나라의 멋있는 사나이였다.
논개와 계월향은 멋진 여성이었다.
자유와 민족을 위하여 청춘을 버리는 것은 멋있는 일이다.
그러나 황진이도 멋있는 여자다.

누구나 큰 것만을 위하여 살 수는 없다. 인생은 오히려 작은 것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중략

 

멋은 정서적이고, 은근하다. 멋은 교양을 필요로 하고, 파격에 있다. 멋은 여운이 있고, 깊다.

멋은 이상적이다… 

 

- '멋'에 대한 피천득의 글 중에서 -

 

 

'멋이 있는 사람은 멋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작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멋 때문에

각박한 세상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광경을 바라다보고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간에 들어 최고의 명언이다.

 

 

 

 

음악: 맨발의 이사도라

글, 사진(펌)/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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