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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첫날)

집에서 184마일 떨어져 있는 1960 후반 히피문화의 발생지인 Woodstock N.Y까지 혼자 운전하게 된 것은 바로 엄마의 생일을 단둘이서 보내기로 한다는 딸의 초대였다. 해가 하루를 접기 시작하는 무렵 도착한 내 눈앞에 나타난 ' Herb Cottage' 늦가을과 너무 잘 어울리는 오두막 같은 시골 별채에서 3박 4일을 보내기로 했다. 1930년 초반에 지어졌다는 집안에 들어서니 입구 문이나 문고리에서부터 천장과 벽 그리고 삐걱거리는 낡은 계단 등에서 이 집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동안 보존이 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창을 활짝 열어 놓고 오래된 세월이 타는 냄새를 맡아본다. 길 건너집에도 늦 가을이 수북하게 내려앉아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불이 들어 있는 램프 주변 정경 참고로 Herb..

기본폴더 2022.11.11

너도 두렵냐 ....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 '가정'이라는 틀이 짜인다. 틀이 짜이면 삶의 모든 목표는 그 틀이 다른 사람들의 것 보다 더 튼튼하고 그 안에서 속한 가족 특히 자식들의 성공 여부는 충실한 학업생활에서 시작이 된다는 신념으로 아이들을 재촉하며 밤낮으로 생업에 올인하며 타인들과 경쟁을 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별 문제도 차이도 없던 자식이 청소년 시기에 들면서부터 내 가정의 담을 너머 여기저기 신음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한창 말썽을 부리며 속을 썩이던 문제 자식들도 시간이 흐르고 철이 들면 스스로의 자리를 꿰차기 시작하니 기막히고 숨 막히던 그 시절도 성장 고통의 과정이라며 서로 다독이며 껴안게 되는 해피엔딩도 본다. 대학을 졸업했다는 소문에 이어 직장을 얻었다고 한숨을 놓는 이야기도 듣게 되면 여..

기본폴더 2022.11.01

외로운 얼굴

우리 모두 잊힌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 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 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힌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 박인희/얼굴 - * 나 또한 수 없이 골목을 돌고 수많은 돌도 쌓아보고 수없..

기본폴더 2022.10.24

TIN 빌딩

- Tin Building - 지난 9월 28일 뉴욕 Lower Manhattan Seaport Pier 17 에 새로운 명소가 생겼다. 식물성 혁신 푸드 기업 올가니카(ORGANICA)가 미국의 세계적인 셰프 장 조지(Jean-Georges)와 손을 잡고 맨해튼 풀턴 시푸드 마켓(Fulton Seafood Market)에 위치한 틴 빌딩을 리뉴얼하여 지난 9월 28일 미국 굴지의 부동산 개발업체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가 진행하는 종합 레스토랑 겸 마켓 플레이스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딸의 초대를 받아 맨하튼의 새명소를 둘러보는 기회를 얻었는데 날씨도 설레이 듯 높고 푸른 하늘에 맑은 공기로 가득 채워져 가을 분위기를 돋보이게 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바다에서 갖 잡혀와 진열된 같은 해산물들..

기본폴더 2022.10.14

색의 요염

10월 첫날부터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던 비가 그치자마자 그토록 기다리던 색들이 사방에서 물기를 털면서 나타났다. 역시 가을은 시월에 들어서야 제대로 숙성이 되고, 모든 자연 또한 시월 속에서 진하게 채색이 되는 것 같다 대체로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고독하다' '쓸쓸하다'를 끌어안는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다. 시월로 들어서면 진한 것과 정분을 내고 싶어졌다. 커피에다 계피를 듬뿍 넣어 진하게 타 마시고 싶고 꿀을 듬뿍 넣은 홍차를 홀짝이고 싶다. 그리고 혼자 마주한 테이블 위에다 피 보다 더 짙은 포도주가 담긴 잔을 올려놓고 잔 속에서 찰랑거리는 붉은 가을을 마시고 싶다. 역시 와인은 가을과 궁합이 맞고 와인이 담긴 붉은 잔은 진하고 감미롭다. 이즈음에 John Singer Sargent의 'A Dinne..

기본폴더 2022.10.07

젖은날

아!!! 가을이다 ~~ 가을이 되면 팬데믹 공포에서 해방이 될 것 같아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한국행 비행기 티켓까지 구입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사정으로 모든 계획이 취소되고 한국의 가을 속에 있던 나를 다시 끄집어내려고 하니 점점 올 가을이 초조하게 다가온다. 그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지고 싶어 마치 비가 올 듯 흐리고 무거운 날 New Hope를 찾았다. 동네 분위기에 걸맞은 풍경들이 각 텐트 안팎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을을 입은 채로 내려와 앉아있는 가을에게 내 마음을 살짝 드러내 보여줬다. 꼭 움켜 안고 있던 하늘이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 위로 설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어찌 잘 아는지... 그런 나를 낭만에 운치에 젖게 해주나 싶어 감격해하는데 기찻길..

기본폴더 2022.09.29

가을지붕 한가족

'우리는 한가족'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뉴저지 체리힐 제일교회 성도들이 Mt Laurel 에 자리 잡은 'Laurel Acres Park'에서 예배와 야유회를 가졌다. 실로 3년 만에 한 지붕 아래 한 성도들이 모였다. 주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위해지어 주신 높고 푸른 맑은 가을 하늘과 바람을 지붕 삼아 자연 속에서 온 성도들이 마음껏 만끽한 가을소풍날 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 가을소풍과 가을 운동회날에 보았던 그 장면들과 오버랩이 되자 다시 동심세계 속으로 살짝 빠지기도 했던 설렘의 연속이던 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명언대로 대식구들에게 '가을소풍'의 기운을 돋아주기 위해 늘 뒤에서 수고하는 손길이 있게 마련이다. 즐거운 식사시간을 끝내고 소화도 시킬 겸 다음 순서인 게임을 위한 준비운동이 시작되었다..

기본폴더 2022.09.20

색의 효과

평소 태양이 솟아오르는 강렬한 장면에 매료가 되던 내가 최근에 들어서는 수평선 너머로 조용히 기울어지는 석양에 대한 목마름이 생겼다. 한국 고유 명절인 추석 날 늦은 오후 평소 말과 생각과 행동이 사통팔달(四通八達)하는 여인 셋 파란하늘과 청색바다 그리고 적당히 펼쳐주는 하얀 파도랑 소곤소곤대는 하얀 뭉게구름으로 나섰다. *그리이스인 조르바 장면 구월 바다는 우리에게 가슴을 내밀고 부드러운 바람은 우리를 파도 위에 올려다 놓고 간지럼을 태운다. 바다는 언제나 나를 포함하길래 그냥 그 위를 걸어가도 될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여기서 태초에 창조의 실험이 있었으리라는 당신의 언질을 기억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바다를 그리워하나 - 바다에서- 중에서 (최병무) 바다를 바라보다가 바다를 잃어버렸습니다. 바닷가를 거..

기본폴더 2022.09.14

구월의 맛

한창 아이들과 생업을 위해 치열하게 살던 그 당시에 맞이하던 연휴나 홀리데이와는 달리 이렇게 은퇴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연휴나 홀리데이에 어디로 떠나는 걸 양보하게 되었다. 구태여 인파가 붐비는 연휴에 은퇴한 우리까지 나서는 것보다 아직도 생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집에 아이들이 남아있는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리와 공간을 양보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느긋한 마음 차림도 막상 이웃이 다 빠져나간 듯 동네가 조용하다 싶으니 잠시 남의 동네 바람을 한번 입고 싶다는 생각에서 길을 나섰다.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Bali'c Winery에 들어서니 눈앞에 질서 정열 하게 펼쳐진 포도나무들 가지가지마다 달려있는 포도송이 알맹이들끼리 살랑대는 바람에 흔들리며 뺨을 비벼대고 있다. 문득..

기본폴더 2022.09.07

八字所關

내 바로 위 언니는 태어나자 '보배'라는 신분을 얻었다. 3년 후 손자를 기다렸던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자 치밀어 올라오는 분을 참지 못해 '분자'라는 이름을 내게 달아주었다. '분자'라는 신분으로 시작된 나의 성장기는 언제나 영리한 보배 언니에게 아버지 무릎을 빼앗겨야 했고 친지들의 관심과 사랑은 언니의 몫이었다. 3년 후 그렇게 기다리던 남아가 태어나자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끼인 나는 스스로 돌보기에 너무 어린 나이에 없는 아이나 마찬가지 찬밥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동네에서 울음소리가 제일 큰 아이가 바로 바로 나였다며 이웃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는 도중에 아버지와 할머니에 이어 큰 오빠까지 사망하고 두 언니들마저 도시로 떠난 집안 분위기는 화재로 그슬린 벽처럼 암울했다. 졸지에 ..

기본폴더 202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