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폴더

너도 두렵냐 ....

큐팁 2022. 11. 1. 07:54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

'가정'이라는 틀이 짜인다.

 

 틀이 짜이면 삶의 모든 목표는

그 틀이 다른 사람들의 것 보다

더 튼튼하고 그 안에서 속한 가족

특히

자식들의 성공 여부는 충실한 학업생활에서 시작이 된다는 신념으로

아이들을 재촉하며

밤낮으로 생업에 올인하며 타인들과 경쟁을 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별 문제도 차이도 없던 자식이

청소년 시기에 들면서부터 내 가정의 담을 너머

여기저기 신음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한창 말썽을 부리며 속을 썩이던 문제 자식들도

시간이 흐르고 철이 들면 스스로의 자리를 꿰차기 시작하니

기막히고 숨 막히던 그 시절도 성장 고통의 과정이라며

서로 다독이며 껴안게 되는 해피엔딩도 본다.

 

대학을 졸업했다는 소문에 이어

직장을 얻었다고 한숨을 놓는 이야기도 듣게 되면

여기저기 앉으면 자식 자랑이 줄줄이 사탕처럼 꿰어져 나온다.

 

이 또한 한 때다.

 

j.m

 

그러고 나면

자식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부부만 남게 되는 가정이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더 이상 자식 걱정으로부터 해방이 된다는 착각에 빠져 들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보통 가정사이다.

 

j.m

 

하지만

모든 가정이

모든 부부가

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해피엔딩을 맞게 되는지는

그저 의문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j.m

 

 

근래에 들어

주변 사람들과 선을 긋거나 가지를 치기 시작하는 나를 본다.

내게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그리 밝고 신나는 이야기보다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하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내 사정과 다른 색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

내 하소연이 뚫리고 통할리 만무하기에

부정적인 에너지를 받게 되는 상대방의 기분과 입장을

고려하게 된다.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

긍정적인 사람을 곁에 두도록 하라는 조언이

몹시 나를 불편하게 하는 요즘이다.

 

 

 

 

텃밭에 달려있는 홍고추의 정열적인 색과 맵시가 어찌나 고운지

 내 책상에서 가까운 벽에 걸어 놓았다.

 

 문을 열고 들락거릴 때마다 

뿌리와 줄기에서 분리된 지가 견디면 얼마나 견딜까 하는 눈으로

자주 확인하게 된다.

 

 

 

달이 바뀌면서 햇빛과 바람의 온도의 변화로

푸른색이 누렇게 퇴색되는 걸 자연의 이치라는 것도

잘 알면서도

 

 

 

도도하리 만큼 싱싱했던 줄기와 이파리가

한줄기 바람에도 견디질 못할 듯 바스락 대면서도

안간힘을 보태는게 경이스럽기까지 하다.

 

 

 

 

여전히

색과 자태의 자존심을 지키려 안간 힘을 다하고 있다.

 

너도 나처럼 

바닥이 두렵냐...

 

 

펌: pinterest

 

 

 

노래: 고엽/ Eva Cassidy & the London Symphony Orchestra

 

글, 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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