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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설렘

큐팁 2023. 2. 12. 08:51

 

한때는 Valentines Day 가 들어있는 2월이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기다려지고 바쁜 달이기도 했었다.

 

사랑을 기억하고

사랑의 그물망에 걸려든 상대에게 선물을 전하는 

사랑으로 공기가 충만한 달이다.

 

일 년 중 발렌타인스 날은

꽃과 쵸코렛을 파는 가게와 더불어 식당이 엄청 붐비는가 하면

우리가 운영했던 보석가게도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매상이 오르는 날이다.


가게를 접은 지도 거의 5년이 된 지금 

그런 기대와 설렘임을 가졌다는 사실조차 기억에서 밀쳐져 있는데...


우연히 정여울이라는 작가의 첫사랑에 대한 글을 읽게 되자

누구에게나 한 번쯤 경험한 첫사랑의 쓰고 달달한 그 기분을 떠올리게 된다.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달'이라는 간판을

가슴에 달고 싶은 용기는 어디서 왔을까....

 

 

 

 

첫사랑의 대표 증상 중하나는

어디서나 10초 안에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 사람이 곁에 없어도 외롭고 곁에 있어도 외롭다.

 

그 사람과 무한정 함께 있고 싶은 열망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 곁에서도 

뼈아픈 고독을 느낀다.

 

첫사랑의 트라우마는

평사 시에는 고요히 잠복해 있다가도 유사시에 급속히 재생되어 

온몸 구석구석으로 전파된다.

 

결혼은 디저트보다 애피타이저 쪽이 

더 맛있는 정식 이라지만

게다가 짝사랑이 겹친 첫사랑은 사람의 입맛 자체를 뚝 떨어뜨리는 

고통스러운 질병처럼 다가온다.

 

3주 동안 연구하고

3개월 동안 사랑하고 3년 동안 싸우고

30년 동안 서로 참는 것이 결혼이라고 한다.

 

그러나 첫사랑은

3초 만에 빠진 후평생 동안 헤어 나 오기 힘든 

거대한 늪이 되어

사람의 인생 전체를 좌우하곤 한다.

 

사랑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한 미완의 자화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므로 첫사랑의 기억 위에 아무리 감정으로 덧칠해도

첫사랑만이 가진 원초적 설렘은 지워지지 않는다.

 

출처; 정여울 (여성평론가 ) - 잘 있지 말아요 중에서 

 

 

 

 

내게도 첫사랑이 있었다면

상대는 누구였지.....

 

기억 한가운데 쌓여있는 먼지일지라고

털어내기에는 여전히 아프다.

 

 

 

 

음악: In the for love/Shigeru Umebayashi

글, 사진(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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