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가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 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면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 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심보선 (沈甫宣 )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위의 대목을 지날 즈음
나는 태양이 되어 어찌 할 바를 모른 체
오랫 동안 잠가둔 상상의 창을 열어젖히고
쥐어뜯고 싶은 가슴을 통째로 들고
난간 끝에서 과거로 향해 떨어지려고 했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
아!!
어쩌지
슬픈 언어들이 시인의 덫에 걸리니
나 역시 초단위로 짹 각 늙어가는 듯
그의 마술에 독하게 걸려들고 말았으니...
한국문단에
'심보선' 이라는 언어 심리 마술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데
십오 초를 훨씬 초과했다.
음악: Secret Garden- Appassionata
글, 사진(펌)/작성
이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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