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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주희)

파란 하늘에 떠있는 하얀 뭉게구름 이른 아침 풀잎에 맺혀있는 영롱한 이슬 그리고 맑은 수면 위로 떨어지는 말끔한 물방울 보면 저절로 마음이 Clairity, Pure, Innocent 가 된다. 불순물이 전혀 끼여있지 않다는 생각에 지배당하기 때문일 게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풀꽃이나 들꽃 옆을 스칠 때도 순수하고 겸손한 건강한 냄새를 맡게 된다. 인위적인 돌봄이나 꾸밈이 묻어있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마음에 닿기 때문이다. '말갛다' 내가 참 좋아하는 언어다. 그 언어를 사용할 때마다 사촌동생 주희의 해맑게 웃는 모습과 오버랲 시키는 버릇이 생겼다. 주희는 태어나면서부터 공주였다. 그 당시 구하기 쉽지 않은 옷, 드레스 그리고 장식품등을 제일 먼저 구해 입혀주는 게 숙모님의 책무이듯 주희는 늘 주위의 부..

기본폴더 2023.12.20

에덴(후쿠오까 편)

- 후쿠오카 - 여태까지 일본을 가보지 못했던 내가 부산항에서 선박으로 후쿠오카항에 도착하게 된 건 바로 선영이 언니가 직접 설계해서 지은 집이 그곳에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투자가치가 될 만한 동네나 지역에다 땅을 매입하는데 비해 언니는 사람들이 북적이거나 교통체증이 많은 곳을 일부러 피해 한적한 곳을 찾는다고 한다. 조용한 대지위에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직접 땅을 고르고 설계를 하고 또 건축자재 및 인테리어 가구를 직접 주문하고 짜 맞추기 하는 일이 선영이 언니의 취미인 듯 언니는 늘 빈터, 빈집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는 형부의 지적에 저항할 용기는 접어야 했다. 일본 소유 Queen Beetle로 부산항을 출발한 배는 약 3시간 40분 후 후쿠오카항에 도착했다. 어둠이 차지한 낯선 ..

기본폴더 2023.12.14

에덴(매물도 편)

거제 저구항에서 매물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새벽 5시에 수목원에서 나왔다. 서울에서 살면서 늘 시간을 쪼개가며 일상을 채우는 사촌 주희가 우리와 함께 매물도를 가게 되었다는 그 사실로 사촌 셋 모두 치어리더가 되고 말았다. 거제도까지 가는 도중에 아침을 맛있게 먹은 후 거가교를 지나 거제 거구항에 도착했다. 오전 8:30분에 마중나온 푸른하늘과 하얀 구름의 안내로 출발한 배는 약 40분 후 대항마을 선착장에 도착했다. 매물도 늘 오고 싶었던 섬이자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언니의 집이 있는 마을 파란색 창문이 달린 언니의 집이 보이는 순간 서두르기 시작했다. 2005년도 친구들과 소매물도에 놀러 왔던 언니는 조용하게 자리잡은 대항마을 언덕 300평의 대지를 구입한 후 약 2년에 걸쳐 건축 자재를 배..

기본폴더 2023.12.09

에덴(수목원 편)

6년 전 한국방문 중에 언양에 자리한 선영이 수목원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던 언니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한국방문을 생각할 때마다 언양 수목원을 시작으로 언니가 직접 설계 제작해서 지은 집이 있는 거제 매물도와 일본 후쿠오카에다 나를 데려다 놓는 상상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많이 지쳐있거나 복잡한 사건을 마주하고 있을 땐 처방전이 될 정도로..... 이번 한국방문을 '내 생애의 가장 찬란한 2023년'이라고 감히 선포할 수 있게 된 것은 선영이 언니의 안내로 사촌동생 주희와 매물도 섬에서 3박 4일을 꿈같이 보냈고 언니의 초대로 미국에서 들어온 지인이랑 후쿠오카섬에서 보낸 4박 5일 그곳에서 보낸 아침바다와 저녁의 바다 놀이는 치열한 내 생활의 에덴이 되어주었다..

기본폴더 2023.12.04

숙모

내가 살던 시골에서는 볼 수 없는 유난히도 하얀 피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계신 숙모님은 어릴 적부터 내가 닮고 싶은 여인상이었다. 여름방학이 되어 부산행 버스에 오를 때마다 나를 보고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 주실 숙모님의 고운 미소가 어느 친척집보다 숙모님이 살고 계시는 보수동에서 지내게 했다. 단 한 번도 못마땅해하거나 찡그린 표정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었다. 단아한 한복차림으로 운영하는 아동복 가게 '베이비 하우스'로 출근하시는 모습에서 "나도 저런 맵시로 나이를 먹어야지..." 어느 여름 아침나절 안방에 놓여있던 자개 이불장 문이 스르륵 열리자 벌러덩 누워있던 내 시선이 딱 멈추고 말았다. 이불장 안에는 깔끔하게 개어 있는 각양각색의 이불들의 하얀 깃이 한끝도 흩트림 없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한 ..

기본폴더 2023.11.30

강남가던 길

인천공항에 내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시누이님이 혼자 살고 계시는 '가평'이라는 지역이었다. 한국을 떠난 지 50년 특히 서울이나 경기도 인근지역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는 내가 가평이라는 곳이 서울에서 꽤 많이 떨어진 곳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가평에 도착한 뒤였다. 한국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가봐야 하는 곳들을 찾아다니기엔 아주 불편한 곳에 있는 나를 위해 서울에서 살고 있는 고향친구들이 나를 데리려 가평까지 드라이브해왔다. 교통이 편해서 당분간 있기로 한 마포로 가기 전 말로만 들어왔던 -남이섬- 방문을 위해 함께 손을 잡았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더 유명해진 남이섬에서 보고 싶어 했던 우리끼리 그 시절 속으로 잠시 자전거 여행도 해보고 깔끔하게 가꿔진 섬 구석구석을 뜻대로 다 보지..

기본폴더 2023.11.25

돌아왔습니다.

한국방문을 잘 끝내고 돌아왔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45일 동안 하루 세끼 대접만 받고 왔다. 미국에서 먹을 수 없는 그래서 먹고 싶어 했던 토속 먹거리에 보고 싶어 했던 꼭 만나야 하는 사람들에 이어 초면의 인연들과의 뜻밖의 만남을 더욱 빛내 준 멋진 카페 등 45일 동안 약 45군데를 돌아본 셈이다. 미국 이민 50년 결혼생활 40년 치열하게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에 선물까지 덤으로 받은 기분으로 보낸 벅차고 넘쳤던 45일이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주워 담아 놓은 보석들을 하나둘씩 끄집어내 기로 한다. 음악: 스와니강/스티븐 포스터 만토바니 오케스트라 글과 사진/작성 이 슬

기본폴더 2023.11.20

한영사전

1973년 10월 23일 내가 미국 땅에 첫 발을 디뎠던 날이다. 어느새 오십 년의 세월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그때는 필요할 것 같아서 챙겨 왔던 물건들도 하나둘씩 버려지거나 사라지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바로 논노 스타킹과 이 낡은 ‘한영사전’ 전체 735페이지에 내 엄지와 검지에 딱히 잡히는 크기의 이 사전은 내 이민 역사의 길잡이 이자 바로 내 분신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서랍 속에 넣어두고 옛 생각이 들 때마다 들여다보지만 초창기 때는 한 시도 내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었던 아주 소중한 물건이었다. 낯설고 말 설은 땅에다 뿌리를 통째로 심으려 할 그 당시는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한국어로써는 해결할 수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벙어리요 귀머거리 처지에 장님신세나 다를 바 없었던..

기본폴더 2023.10.13

내 눈에 캔디

' 내 눈에 캔디 ' 가수 백지영이의 히트곡인 '내 귀에 캔디' 제목을 살짝 응용 해봤다. 어저께 Toby 가 한 살이 되었다. 태어난 지 8주째 되던 날 우리 집으로 입양이 되어 10개월을 함께 지내다 보니 내 눈에는 강아지가 아닌 애기로 보이게 된 것도 토비한테서 갓난 아기의 젖 냄새를 맡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Toby~" 를 불러보고 껴안을 때마다 입을 마추며 귀에다 속삭여준다. " I love you Toby..." 내 기억창고를 통째로 털어내어 보지만 내 평생 이렇게 매일 사랑한다는 말로 사랑을 퍼주는 상대는 토비가 처음인가 싶을 정도로 나는 몸살 중이다. 내 어깨에 올려 놓으면 나를 엄마로 생각하며 포실한 두 팔로 내 목을 껴안아 준다. 일반적으로 강아지의 수명이 15세라고 한다면 ..

기본폴더 2023.09.30

동네 가을

햇살이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9월 마지막 주 지역 여기저기에서 가을축제 행사알림표가 우체통에 쌓이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생업에 매달리던 시절은 계절마다 지역행사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살았던 우리 지난 주 교회야유예배에 이어 최근 로컬 신문에 실린 Medford oktoberfest 행사에 호기심을 가진 나는 남편을 설득해 Toby를 데리고 나섰다. 하늘엔 가을무늬 줄기 구름이 우리 그림자가 되어 여기저기 집을 빠져나온 주민들 속으로 우리랑 파고들기 시작한다. 축제의 감초인 라이브 음악은 분위기를 한껏 부풀리게 해주고 주민들이 손수 만든 수제품들이 테이블위로 사뿐히 내려앉은 가을햇살에 자랑질한다. 뭐니 뭐니 해도 잔치에는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듯 벤더마다 남녀노소의 행렬이 가을 하늘 구름처럼 길게 늘..

기본폴더 202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