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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매물도 편)

큐팁 2023. 12. 9. 06:13

 

거제 저구항에서 매물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새벽 5시에 수목원에서 나왔다.

 

서울에서 살면서

늘 시간을 쪼개가며 일상을 채우는 사촌 주희가

우리와 함께 매물도를 가게 되었다는 그 사실로

사촌 셋 모두 치어리더가 되고 말았다.

 

거제도까지 가는 도중에

아침을 맛있게 먹은 후

거가교를 지나 거제 거구항에 도착했다.

 

오전 8:30분에

마중나온 푸른하늘과 하얀 구름의 안내로

출발한 배는 

 

약 40분 후

 대항마을 선착장에 도착했다.

 

매물도

늘 오고 싶었던 섬이자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언니의 집이 있는 마을

 

 

 파란색 창문이 달린 언니의 집이 보이는 순간

서두르기 시작했다.

 

 

 

 

2005년도

친구들과 소매물도에 놀러 왔던 언니는

조용하게 자리잡은 대항마을 언덕 300평의 대지를 구입한 후

약 2년에 걸쳐

건축 자재를 배로 실어 나르는 고된 작업 끝에

2007년 동화 같은 집을 완성했다고 했다.

 

 

워낙 가파픈 언덕길이라

짐을 레일에 얹어 실어야 했다.

 

 

 

사면 바다를 한자리에서 보이는도록 설계된 집

 

 

오륙도가 보이는 데크

 

 

내 피부에 스치는 해안의 푸른 바람과 

평화로이 떠있는 하얀 구름

 

 

시간마저 잠시 내뒤로 숨는 척 해주었다.

 

 

하루가 저무는 해안가의 절경을 바라보는 

 

 

사촌자매 셋

 

 

사진으로만 남기기에 부족해서

추억 한가운데 소중하게 담아두기 위한 잔을 들었다.

 

 

그렇게 첫날밤을 보내고

아침 상에 모여 앉아 각자의 다양한 사연을

접시에 잔에

풀어내기 시작한 식탁은 그지없이 오붓했다.

 

 

슬슬 중천으로 떠오르는 해를 받고 있는

섬마을을 살펴보기로 하고 좁은 길을 따라나섰다.

 

 

약 30여 가구로 구성되어 있다는 동네답게

 

 

사면은 침묵으로 깔려있고

 

 

여기저기에는

사람 흔적이 사라진 폐허가옥들이 겨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간조차 잊고 걷는 동안

 

 

 파랗게 물들었던 마을의 하루도

조용히 내리기 시작했다.

 

 

선영이 언니에게 우리가 본 섬마을을 보고하는 

아침식탁은 늘 이야기 성찬 (盛饌)이 되어주었다.

 

 

하루의 시작을

이 길에서 저쪽 동네를 두리번거리던 우리는

뜻밖에 십자가가 새겨진 건물 앞을 지나게 되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함께 교회 안으로 들어서니 

 

 

소박한 분위기에 저절로 고개를 숙였다.

우리 셋을 한자리에 초대해 주신 것에 

감사하며...

 

 

조용히 문밖을 나오다 만난 목사님과

당금마을의 풍광을 한눈으로 내려다보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게 된 것도 축복받은 날로 담기로 했다.

 

 

 

그렇게 사방에서 흘려 나오는

바닷소리와 함께

마을은 서서히 누울 준비를 했고

 

다음 날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언니는 우리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 비밀장소로 데려다줄게"

 

 

마치 고대 유물을 찾아가듯

거친 바닥을 더듬다시피 해서 따라 들어가니

 

 

거대한 후박나무아래

우리를 환영하는 안식처인양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이런 장소에 익숙한 듯

언니는 커피와 잔 세 개를 챙겨 왔고

 

 

후박나무 아래 드러누운 주희와 나는

마치 천상에서 

나무줄기와 잎들의 속삭이는 바람소리를 만난 듯

無我之境 에 서서히 빠져들고 말았다. 

 

 

그런 날의 어둠이 

언니의 창가로 별과 달이 되어 스며들면서

우리는 마지막 밤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피하려고

각자의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떠나야 하는 날 이어서일까

음악을 들으며

바다를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을 억지로 싸기 시작했다.

 

 

눈에 담고

마음에 담은 것들을

기억 창고에 곱게 새겨두고

 

 

나는 언니의 집이 보이는 대항마을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뿌려놓고 

다시

거제로 향했다.

 

주소: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음악: Beethoven - Silencio

글과 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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