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내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시누이님이 혼자 살고 계시는 '가평'이라는 지역이었다.
한국을 떠난 지 50년
특히 서울이나 경기도 인근지역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는 내가
가평이라는 곳이 서울에서 꽤 많이 떨어진 곳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가평에 도착한 뒤였다.
한국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가봐야 하는 곳들을 찾아다니기엔
아주 불편한 곳에 있는 나를 위해 서울에서 살고 있는
고향친구들이 나를 데리려 가평까지 드라이브해왔다.
교통이 편해서 당분간 있기로 한 마포로 가기 전
말로만 들어왔던 -남이섬- 방문을 위해 함께 손을 잡았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더 유명해진 남이섬에서
보고 싶어 했던 우리끼리 그 시절 속으로
잠시 자전거 여행도 해보고
깔끔하게 가꿔진 섬 구석구석을
뜻대로 다 보지 못하고
퇴근시간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미련을 남겨놓은 채로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마포에 도착하니
기다리고 있던 옛 친구가 안내한 식당 '채담화'에서
귀한 생막걸리를 생전 처음 맛을 보았다.
숙소로 돌아와
따스한 차 한잔을 나누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다가
하룻밤을 편히 보내고 새로운 환경의 아침을 맞이했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니
학교로 가는 아이들끼리 나란히 걷는 모습에
그 옛날 학교 등굣길이 떠올려 보니
그동안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스쳐갔는지를
절감하게 된 아침 산책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혼자가 된 내가
낯선 동네를 바람이 되어 걷는다는 사실에
차오르는 흥분을 누르려고
시선을 여기저기로 바쁘게 움직이려고 애를 쓰기도..
마포에서 유명하다는
을밀대 1호점에서 물냉면을 두 차례나 먹는 횡재를 했다.
다음 날
광화문에서
열리고 있던 민속 운동회에서
나이를 잊기도 하고
경복궁에서
한옥과 한복의 기품에 감탄도 쏟아보고
청계천이
바쁘게 생활하는 서울시민들에게
어떤 활력소를 부여하는지까지 느꼈던 그날 후
그리고
또 새날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내 친구들
숨겨놓은 듯
눈에 띄지 않은 공간까지 찾아내가며
멋진 아침식사와 나누는 정담처럼
길을 걸을 때도 우린 변함없는
그 시절의 우리라는걸
또한번 다짐하게 해준 서울 친구들
그 가운데
내 숙소에 헤어드라이기가 없다는 걸 알게 된 친구는
다음 날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숙소 Lobby 에다
헤어드라이가 든 빽을 놓고 가신 친구남편
나는
그 빽을 품에 안은채로
친구따라 강남가는 제비가 되고 말았다.
노래: 친구여/조용필
글과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