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와서 앉으라고 의자를 비워주고 떠나는 허리 아픈 섣달 그믐날을 당신이라 부르련다 제야의 고갯마루에서 당신이 가물가물 사라져가는 걸 뚫어서 구멍내는 눈짓으로 나는 바라봐야 겠어 세상은 새해맞이 흥분으로 출렁이는데 당신은 눈 침침, 귀도 멍멍하니 나와 잘 어울리는 내 사랑 어찌 아니겠는가 마지막이란 심오한 사랑이다 누구라도 그의 생의 섣달 그믐날을 향해 달려가거늘 이야말로 평등의 완성이다 조금 남은 시간을 시금처럼 귀하게 나누어주고 여윈 몸 훠이훠이 가고 있는 당신은 가장 정직한 청빈이다 섣달 그믐날 / 김남조 * 위의 사진들은 구글에서 가져온 '해 넘김 메밀국수' .사진들이다. 김 남조의 시와 썩 어울린다. '메밀국수' 는 입맛이 덜한 무더운 여름철에 주로 만들어 먹지만 음력 한해의 마지막 날인 '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