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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질 하다가...

부엌에서 다림질을 하다가 문득 옷소매와 목 둘레가 낡고 닳았다는 생각이 흠칫 들었다. 약30년 전 여름에 구입을 했으니 진짜 오래 입긴 입었나 보다. 옷장에 걸려있는 여름용 옷들중에 유난히 이 옷을 자주 착용 했다는 것도 여름에 찍힌 사진들이 증명 해주고 있다. 따로 손세탁 할 때나 다림질 할 때마다 유난스레 꼼꼼하게 다루는 것만 봐도 이 옷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이유가 뭘까? 무늬 없는 하얀색에 심플한 디자인이 평소 취향이지만 자유스럽게 四通八達 되는 넉넉함이 내 육신에게 무한한 자유를 허락해주기 때문이지 싶다. 몇 년 후 바지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넓은 통에 색이 고와서 선뜻 집어 왔는데 뜻밖에 윗도리랑 같은 린넨이다. 아래 위로 걸치니 천생연분이다. 입고 있으면 삼라만상이 가볍다. 물건도 ..

기본폴더 2020.07.11

사람도 짐

나이를 먹으니 자연히 '은퇴' 라는 왕관을 쓰게되고 보상으로 받은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게 되니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노년 층으로 분리가 되어있다. 가끔 자리를 하게 되면 노후대책에 대한 사견 들로 공감대를 쌓기도한다. 대체로 아끼던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정리해야 하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생각나는대로, 보이는 대로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 사후에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힘을 덜어주는게 부모의 도리라 생각 하자며 서로 다독 이기도 한다. 내게 중요한 것들이 자식이나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없는 짐에 불과 하다며 ... 미국땅을 밟은 1973년 그 다음 해부터 지금까지 일기형식의 기록노트와 편지와 엽서가 서랍에 가득 쌓여있다. 아끼던 물건은 하나씩 없애거나 버려도 그다지 억울해 하지 않..

기본폴더 2020.07.11

잠시 눈과 귀를 닫고...

2월 초순부터 시작된 우환바이러스 난리와 우려 소식이 이제 미국내와 전 세계로 확산이 되어 며칠 전 세계보건기구( WHO) 가 세계적인 감염병 등급인 Pandemic 을 선포했다. 미 주요 미디아 매체에서는 매 시간 단위로 COVID-19 확산에 대해 Breaking News 로 내보는 중이다. 대형마트와 동네 소 규모 마트에는 사재기로 돌입한 자동차와 사람들이 지나간 선반 칸 마다 텅텅 비어 있었다. 말 그대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 중이다. 눈과 귀를 닫고 싶지만 혼자만 모르고 있다는 것도 괜히 불안하다. 매주 금요일은 네 살 짜리 손자랑 함께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에는 손자를 데리고 눈과 귀를 잠시 닫을 수 있는 한적한 동네에 살고 계시는 지인 내외분을 방문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의..

기본폴더 2020.07.11

내 생애 첫 자격증

요가를 시작한 후 요가와 스트레칭의 효과를 톡톡하게 보게 되자 점점 요가가 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던 중 교회 문화교실 자원 봉사 차원으로 스트레칭반을 맡은 지 어느 덧 4년 반이 되었다. 평균등록 회원 20여명 가운데 긍정적이고 효과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숫자가 차츰 늘어나 가르치는 보람도 배가 되었다. 은퇴를 하자 자연히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여유에 매일 터지는 감사도 한계를 느낄 즈음 내 몫으로 남아있는 시간으로 나와 이웃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있는 생산적인 일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즉흥적 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닌 내가 감당할 수있고 나도 즐길 수 있는 그런 일... 한동안 그런 고민의 결과는 나로 하여금 겁없이 Core Power Yoga 2..

기본폴더 2020.07.09

해안가의 장례식

실로 오랜만에 큰 용기를 내어 바다를 보러 갔다. 여름이 성큼 일상 속을 차지하게 되자 COVI-19 행정 준수 방침에 따른 인내 무장도 잠시 해체가 절실 하다는 명목으로 바다를 만나러 나섰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Cape May 바다와 해안가는 예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삼엄한 분위기로 바꿔져 있었다. 분위기 좋아 가끔 들리던 Washington st village 들어서니 다행히 다양한 사람들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어 약 2시간 운전에 대한 대가를 얻어 냈다는 기분으로 여기 저기 돌아보고 있었는데 뜻밖에 Cape May Sea Side Church 앞 광장에서 장례식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마지막 순간마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 해야 하는 가족과 지인들의 황당하기 짝..

기본폴더 2020.07.09

함께 추어요 ...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 품고있는 노래 한 두 곡은 있지 않을까 싶다. 내게도 나를 부풀리게 하고 나의 발을 소소하게 움직이게 하는 노래가 있다. 바로 Besame Mucho Besame Mucho는 "Kiss me much" 라는 뜻인데,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듣고 흥얼거린 이 노래는 멕시코의 여류작곡가겸 가수인 '콘수멜로 벨라츠게츠' (1924-2005)가 16 세때인 1940년 리라꽃(영어명:라일락. 우리말:수수꽃다리) 향기에 얽힌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아 베사메무쵸를 작곡·발표 함으로써 널리 알려젔다고 한다 - 맹인 소년 곡예사 '후안'과 사랑하는 항상 리라꽃향기를 풍기는 아리따운 소녀 곡예사 '모렐리따'- 어느날 두사람이 공중 곡예중 모렐리따가 실수로 떨어져 죽자 그녀의 비명을 들은 후안도 뒤따라 ..

기본폴더 2020.07.07

나의 과거가 있는 곳..

고향을 떠난지 50년, 다섯 번씩이나 강산이 변모 되고도 남은 세월이 흘렀다. 감사 한것은 이렇게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년시절의 고향 친구들은 한결같이 변모 되어가는 고향 주변의 모습을 '카톡' 이라는 매체를 통해 글과 사진 그리고 영상까지 보너스로 보내주고 있다. 우리가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증명 해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재주가 남다른 동기가 오일 장날의 이모저모를 찍어 만든 영상을 올렸는데 여러 장면 중에 흰 천막이 내 시선을 확 끌어당기면서 떠오르는 가족 바로 내 또래 영숙이 가족이다. 아버지가 면장으로 계셨을 당시 면사무소가 우리 집 바로 뒤에 자리하고 있었고 면사무소 뒷 켠에 허름하기 짝이 없는 영숙이 여섯 식구들이 살고 있었다. 그 당시 영숙이 아버..

기본폴더 2020.07.02

크로아티를 가고싶은 또 다른 이유

최근 Facebook 친구가 올린크로아티아 출신 세계적인 첼로이스트인 (스테판 하우저) 와 기타리스트인 페트리트 체쿠 (Petrit Ceky)가 협연한Concierto de Aranjuez- Adagio의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 평소 기분이 가라 앉거나 생각이 깊어질 때 듣던 아랑훼즈 협주곡 2장 이기에 혼신을 다 하고 있는 두 아티스트의 열연에 한동안중독상태에 빠져 있는 나를 간신이 건져 냈다. 한 때는 우즈베크 타슈겐트 태생인 피아니스트 Lola Astanova와 Houser 의'Moonlight Sonata' 의 연주에 열광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맹인 작곡가인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는 스페인의 발렌시아 지방에서 태어났다. 3세 때에 디프테리아로 인해 실명 하였으나 어려..

기본폴더 2020.07.01

새 인연

20년 전 이제는 고인이 되신 윤 박사님 자서전 출판기념 행사 수고 댓가로 내게로 왔던 동양란 한 그루 20년 동안 마치 자기가 안방 주인인 양 창가에 곳곳하고 당당한 자세로 기분이 내키면 요염한 향내로 내 마음의 시선을 붙잡다가 창밖이 어둠이 스며 들기 시작하면 한마리 학이 내려 앉은 듯한 그림자 곡예로 내눈에 내려놓아 주기도 했다. 창가에도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어느덧 물기도 기운도 서서히 빠져 나가는 눈치를 채기 시작할 때 즈음 창문을 열다 그만 방 바닥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야말로 '아뿔싸' !! 그건 안고있던 아이를 떨어뜨리는 참사나 다름 없었고 깨진 화병 조각에 손도 갖다 대지도 못하고 쩔쩔 매기만 했다 . 근근이 몇 가닥만 숨을 쉬고 있던 것을 제대로 보호 해주지 못했던 나의 자..

기본폴더 2020.07.01

배별 (拜別)

"세상에 태어 났으면 반드시 돌아 가는 때 또한 있는 법이다." 그분의 부음(訃音) 소식을 듣자마자 내가 나를 껴안으며 토해 낸 말이다. 지난 43년 이라는 흘려 보낸 세월 속에서 그 분과 나눴던 시간의 조각들 하나 둘씩 모아 붙여보니 마치 어제 있었던 일 인양 생생하다. 그분을 교회에서 알게되어 주치의로 만났을 때 내 나이 22살 미국이민 3년 차였다. 그당시 한인사회에서는 ‘윤박사님’ 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얼마 후 부터 나는 ‘할아버지’ 라 불렀다. 한국인들에게 흔하지 않은 구레나루 수염 때문이기도 했지만 ‘할아버지’ 라는 단어 안에는 무조건 봐 주기만 하고 어리광만 부릴 수 있는 보온병 같은 따스함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인연은 그 때부터 시작 되었고 그분과의 시간속에서 나는 내가 쉴 수 있는 견..

기본폴더 2020.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