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詩와 정분이 난적이 있었다.
허공에 매달린 허기진 영혼의 조각들을 맞추느라
여러 밤과 씨름하고 나면 근근이 하나가 잉태되곤 했다.
그것들은 마치
숨겨진 영혼이 세상밖으로 불려 나온 것처럼
긴 숨을 토해내기도 했다.
아래의 '침묵의 터널' 시도 그 중에 하나다.
한 낮에 떠돌던 열기와 소음이
저녁 그림자에 업혀가고 나면
복잡했던 긴 하루 자락 끝으로
어제 본 어둠이 밤이 되어 찾아온다.
낮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벗겨 놓듯이
밤의 침묵은 생각의 근원지와
숨어있는 양심을 들추어낸다.
부산스런 생각의 움직임이 짓는 죄와
침착해야 하는 일에 대한 서두름
그리고 냉정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거짓된 입맞춤을.
밤의 정적 앞에 낮의 소음이
마주하는 침묵으로 내일을 안내할 때
찬 공기로 배부른 새벽이슬은
열리는 하루의 희망으로 맺힌다.
-이슬-
간간히
영혼이 무대위에서 끼를 부리며
스스로 면죄를 부여 하기도 한다.
일종의 사치요 기만인가 싶으면
저절로 무릎이 접힌다.
창고에 오래 갇혀 있으면
바깥 세상도 그리운 법이다.
글/작성
*사진출처: 앤 <2.7.2018>
이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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