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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떡을 부치다가..

큐팁 2020. 7. 20. 05:17

생전 시어머님 하셨던것처럼

겨울철이면 녹두 빈대떡을 부치는 일이 연레 행사가 되었다.

 

불려진 녹두를 갈아서 양념을 섞어 버무린 후에 

기름을 넉넉히 부어 달구진 후라이 팬에 한 국자 떠 넣은 빈대떡을 뒤집다가 

김종삼의 시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가 생각났다.

 

 

 

사실 

그동안 이런 시와 김종삼 시인 존재에 대해 전혀 몰랐다가

평소 

즐겨보는 -알뜰신잡 시즌2-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고 

출연자중 한 사람이

왜 그가 이 시를 기억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와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연스럽게 이 시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후보자 시절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때 했던 발언이다. 

 

"누가 제게 정의가 뭐냐고 물어도 

저는 진정한 법률가가 되지 못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생각에 생각을 더해 제 모자람을 줄이겠다"

 

 

그리고 이 후보자는 

그 자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김종삼의 시를 읊었다 고 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일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덧붙여 그는 

 

"시인과 다름없이 살아가시는 인정 많은 우리 국민들이 

헌법이라는 우산아래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으며 

비합리적인 차별을 받지 않으실 수 있도록 

헌법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시를 말씀 드렸다" 며  

 

 

 

 

"헌법재판소는 고단한 삶이지만 

슬기롭게 살아가시는 우리 국민들이 내미시는 손을 굳건하게 잡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고 밝혔다.

 

덕분에 멋진 시와 친분이 생겼고 

빈대떡을 굽게 될 때마다

 '청문회' 라는 긴장감이 깔려있는 살벌한 장소에서 

김종삼의 시에 자신의 소신을 읊었던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의 감성여유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빈대떡 만드는 과정이 좀 번거롭다 보니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여기 저기 나눠주고 

나머지는 

냉동에 보관 해놓고 동치미랑  겨울내내 함께 먹으면 제격이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촌장님의 조언을 토대로 담근 동치미는 

 가족의 입맛을 맞추는데

  성공을 했다. 

 

 

 

빈대 떡을 굽다가  

뜬금없이 시가 떠 올랐고

괜한

수다 만 늘어놓은 셈이 되고 말았다....

 

 

 

(참고: 개인적으로 이진성 재판소장의 법관업무 능력및 자질에 대해 논할 정도로 

사법이나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음을 밝힌다.)

 

글,사진/작성   <1.2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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