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와서 앉으라고
의자를 비워주고 떠나는
허리 아픈 섣달 그믐날을
당신이라 부르련다
제야의 고갯마루에서
당신이 가물가물 사라져가는 걸
뚫어서 구멍내는 눈짓으로
나는 바라봐야 겠어
세상은
새해맞이 흥분으로 출렁이는데
당신은 눈 침침, 귀도 멍멍하니
나와 잘 어울리는
내 사랑 어찌 아니겠는가
마지막이란
심오한 사랑이다
누구라도 그의 생의
섣달 그믐날을 향해 달려가거늘
이야말로
평등의 완성이다
조금 남은 시간을
시금처럼 귀하게 나누어주고
여윈 몸 훠이훠이 가고 있는 당신은
가장 정직한 청빈이다
섣달 그믐날 / 김남조
* 위의 사진들은
구글에서 가져온 '해 넘김 메밀국수' .사진들이다.
김 남조의 시와 썩 어울린다.
'메밀국수' 는
입맛이 덜한 무더운 여름철에 주로 만들어 먹지만
음력 한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 날'에
메밀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
김 남조 시인의 침침한 눈을 빌려다
여름에 먹다 남겨둔 메밀국수를 찾았다.
한켠에 부추와 김치를 섞은 전을 곁드니
섣달 그믐 하루 전 저녁식탁이 그럴사 하다.
글과 사진: 펌 <2.14.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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