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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신상품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현대인 매일 등장하는 새로운 아이템과의 속도 조절을 해가며 구입하고 즐기는 층이 있다면 복고시대의 문화와 삶에 진한 향수를 가지고 살아가는 부류도 꽤 많은 것 같다. 우연히 오랜 된 마을 지나다 보면 웬지 스토리가 담겨 있을 것 같은 폐가나 녹이 쓴 물건을 보면 마치 골동품을 줍는 기분으로 무조건 찍는다. 뉴욕 캣츠킬에서 머무는 동안 잠시 시간을 내어 근쳐 앤티크 상점들이 있는 빈티지 동네를 돌아 볼 기회를 얻었다. - Mountaindale NY - 뉴욕에서 한 시간 정도면 올 수 있다는 아주 오래된 마을 새것 보다 투박하고 낡은 손때가 묻어 있는 옷이나 가구에 집착하며 가치를 두는 예술인과 동성애자들이 즐겨 찾는다는 이색적인 마을이라는 걸 짧은 거리를 걷다 보면 금방 눈치를..

기본폴더 2020.11.02

나도 누군가의 가을

어김없이 찾아온 낯익은 방문객, 그 찬란한 유혹 앞에 게으름 피우던 나의 이성은 타오르는 감정과 재빨리 손을 잡는다. 나는 이 방문객의 덫에 여지없이 걸려 들고 절제 잃은 질서는 테두리 없는 흥분 속에서 손가락질 받는 몽유병 환자의 걸음걸이로 춤을 춘다. 아~~~ 나는 이 멋쟁이 방문객의 감동적인 몸짓에 마침내 두 무릎을 접어둔 채 일 년 내 내 감아둔 사랑을 풀어 헤친다. 쏟아 내리는 주황색 가루 속에 두 눈을 잠재우고 지독히 짧은 방문에 설움을 그리다 말고 함께 떠날 수 없음에 목이 메인다. - 방문객/ 이귀옥 - 헤어지자 상처 한 줄 네 가슴에 긋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자 수없이 헤어지자 네 몸에 남았던 내 몸의 흔적 고요히 되가져 가자 허공에 찍었던 발자국 가져가는 새처럼 강물에 담았던 그림자 가져..

기본폴더 2020.10.31

날 기다리고 있었나봐...

고무신을 가난의 상징으로 여기며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내가 한국을 방문 하게 되면 제일 먼저 구입할 쇼핑 품목으로 올려 놓게 된 것은 바로 모 예능 프로에 나온 배우 문숙씨가 (자연식, 자연치유 전문가. 요가 지도자) 고무신을 신고 뉴욕거리를 활보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직후이다. Catskill 선사에 있는 천세련 화가의 작업실겸 숙소 정문 바깥에 있는 신발장이 내 관심을 붙잡았다. 가까이에서 올려다 보니 놀랍게도 검정 고무신 한켤례가 나란히 얹혀 있는게 아닌가... "어머 내가 그토록 갖고 싶은 검정 고무신이 여기있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자마자 고무신은 이미 내 손에 잡혀져 있고 신어봐도 되느냐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발은 고무신 속에서 " 어마!! 바로 내 자리네요..." 소리를 쳤다..

기본폴더 2020.10.26

넘치는 因緣

우연과 필연은 정말 종이 한장 차이 일까..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것을 시작으로 서로에게 묘하게 끌리는 인연이 되었다. 만인의 연인이라는 가을 날 그 인연을 만나러 집에서 약 3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Catskill ZenDo '백림사' 를 찾았다. 역시 다녀 온 사람들의 말 잔치가 가을색으로 나를 반겨 주었고 부엌에서 첫 인사를 시작할 때 나는 비로소 '必然' 을 껴안고 말았다. '천세련' 으로 부르다가 정신이 말끔히 씻기는 기분이 들 정도로 차분하다 못해 침묵이 담긴 찻잔끼리 정담을 나눈다. 생전 처음으로 다례시음을 통하여 차를 차 답게 시음하도록 끌어들이는 분위기에서 나는 천세련만의 언어를 맛 보았다. 놀라운 것은 서로를 묻고, 서로를 답하고 듣는 과정에서 자물쇠와 열쇠가 되어 '철커덕' ..

기본폴더 2020.10.23

달팽이의 이사

호숫가 돌 틈에 살았던 달팽이는 꽃도 풀도 없는 자신의 거처가 영 불만이었습니다. 너무 허술해 바람과 햇볕을 피할 수 없어 무척 괴로웠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호숫가를 지나는 거미를 만나 거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자 거미가 말했습니다. "저기 언덕만 넘어가면 꽃과 풀이 우거져 바람과 햇볕을 피할 곳이 많은데..." 이때 그 곳을 지나던 잠자리도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맞아. 저 언덕 너머에는 모두들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지." 거미와 잠자리의 말을 듣고 달팽이는 좋은 날을 골라 언덕을 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사를 하려니 귀찮기도 하고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꿀벌이 이사를 돕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꿀벌이 함께 언덕을 넘어가자고 하자 달팽이가 말했습니다. "안 되겠어. 오늘은 너무 햇볕..

기본폴더 2020.08.23

달달한 복수

부엌 싱크대에서 딸기를 씻다 유난히 커 보이고 싱싱한 게 내 눈에 쏙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내 입안으로 들어 놓으니 " 어마!!!!!!!!! " 하고 소리 지를 뻔했다.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 일종의 복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일을 씻고 자르게 되면 제일 크고 제일 싱싱하고, 제일 맛있어 보이는 것은 따로 두었다가 무조건 다른 식구들에게 양보해오던 나로선 기가 막힌 복수 처방전이었다. 표도 안 나는 일인데 왜 그렇게 바보같이 양보만 했을까.... 복수했다고 여기니 억울한 생각 대신 신이 났다. 비교를 하자면 비행기 탑승 시간을 놓친 것을 알고 놀란 마음으로 게이트로 뛰어갔는데 무슨 이유인지 출발 시간이 연착이 되어 무사히 탑승을 하게 되었을 때의 그 안도감 상쾌(爽快), 통쾌(痛..

기본폴더 2020.08.03

공간 만들기

옷장 안과 신발장을 자주 기웃거리면서 " 왜 이래 많아 ... 언제 다 입고 신어보지 갈때도 없는데 ...." 혼자 말이 터진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근래에 들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옷장안에서 공간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 잦아졌다. 그렇다고 예전에 비해 구입하는 것도 거의 없는데도 너무 많이 가졌다는 생각에 양심이 눌린다. 은퇴 후 하나 사면 한 두개는 버리거나 나누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이 가졌다는 것에 대한 자책이 부쩍 드는 요즈음이다. 예전에는 싫증 때문에 나눴다면 어느 순간 부터 부담이 되어 나눈다. 그때는 꼭 필요한 장식품들이 이제는 가지고 있는 자체가 '낭비' 로 여겨진다. 몇 가지 만으로도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을 못 느낀다. 필요한 것이 점점 없어지니 가볍고 홀가분하다. 나보다 더 필..

기본폴더 2020.07.30

손가락의 힘

팬데믹이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고 또 변화를 시키고 있는지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COVI 19이 시작이 될 당시, 당황하고 우왕좌왕 하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이상한 현실에 익숙 되면서 요령까지 부리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수 없는 처지에 슬픔은 배가 되는 일도 익숙 된 현실에서 얼마 전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수술을 했다. 당연히 병원 방문은 불가능 하다는 것 상식이 되었고 퇴원을 하고 집으로 찾아가는 고마운 일 마저 환자나 가족에게 민폐가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여기던 중 환자의 생일을 맞게 되었다. 여러 고민 끝에 큰 용기를 냈다. 물론 팬데믹 수칙 절대 준수하기로... 그동안 전화로 카톡으로 안부를 묻곤 했지만 역시 인간은 만나서 마주해야 얼굴에 웃음 꽃이..

기본폴더 2020.07.28

나도 반한 여자

현대생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한국 중년 여성들에게 요즘 가장 핫 한 여자 '문숙' 한때 인기 여배우가 아닌 자연인 '문숙' 로 돌아온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최근에 방송미디아 매체를 통해서다. 내가 한국을 떠날 무릅에 영화에 출연을 했다니까 내가 그녀를 알지 못했던게 당연하다. 그런데 나와 동갑이라는 이 여자는 요가와 자연식을 바탕으로 한 치유 요가 전문가로서 현재 한국내에서 많은 반향을 불어 이르키고 있다고 한다. 우연히 그녀를 알게 된 후부터 유난한 관심을 그녀에게 집중적으로 쏟게 된 것은 바로 나도 요가의 효과에 대해서 직,간접 체험을 했었고 현재 요가를 가르치는 강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그녀가 즐겨 만들어 먹는 자연식 음식과 더불어 육신을 구속시키지 않는 편안한 복장이다. 최근에 들어 갇혀있다시..

기본폴더 2020.07.20

큰 언니

친정엄마를 일찍 잃어서인지... 작은 언니가 너무 일찍 가버려서인지... 이제는 큰언니가 점점 친정엄마로 느껴진다. 큰언니는 나의 은퇴를 축하 한다며 남동생까지 데리고 며칠만 이라도 어딘가로 가고 싶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큰언니가 나이 팔순에 근접해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자 칠순에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번뜩났다. 그 당시 사십대였던 나는 내 가정과 생업에 몸과 마음을 다 빼앗겨 있는 걸 핑계로 이 넓은 미국땅 구경한번 못 시켜드렸던것 때문에 이 날까지 후회 막심한 죄인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3년전 모홍크 산장에서) 큰언니가 이 가을이 가기전에 여동생과 바람을 쐬고싶다고 할 때 "그래 언니 가자.." 하며 여행 가방을 챙기는 대신 또 어설픈 핑계가 쏟아낼 까봐 우선 당일치기로 단풍구경..

기본폴더 2020.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