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57

자격증

요가를 시작한 후 요가와 스트레칭의 효과를 톡톡하게 보게 되자 점점 요가가 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던 중 교회 문화교실 자원봉사 차원으로 스트레칭반을 맡은 지 어느 덧 4년 반이 되었다. 평균 등록 회원 20여 명 가운데 긍정적이고 효과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숫자가 차츰 늘어나 가르치는 보람도 배가 되었다. 은퇴를 하자 자연히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여유에 매일 터지는 감사도 한계를 느낄 즈음 내 몫으로 남아있는 시간으로 나와 이웃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즉흥적 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닌 내가 감당할 수 있고 나도 즐길 수 있는 그런 일... 한동안 그런 고민의 결과는 나로 하여금 겁 없이 Core Power Yo..

기본폴더 2020.12.16

쓸쓸한 '門'

낯선 문을 겨우 열고 들어 왔더니 여러 종류의 문이 보인다. 그 가운데 이렇게 '슬픈 문' 도 있다. 바다는 석양의 마지막 빛이 멀리까지 빛나고 있었고 우리는 쓸쓸한 어부의 집에서 단 둘이 말없이 않아 있었지 안개가 피어오르고, 물결이 일어 갈매기는 이리저리 날아다녔고 그대의 사랑스러운 두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렸지 눈물방울이 그대의 손등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 무릎을 꿇었어 나는 그대의 하얀 손에 고인 눈물을 계속 받아 마셔 버렸지 그 시간 이래 나는 쇠잔해지고 초조해져 영혼이 그리움으로 죽어가고 있었어 그 불행한 여인은 눈물로 나를 불살라 버렸지 하인리히 하이네의 - 바닷가에서 - Das Meer erglänzte weit hinaus Im letzten Abendscheine; Wir saßen ..

기본폴더 2020.11.29

초라한 관계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만 말을 하게 되고 또 자기 생각과 감정의 움직임도 드러내게 된다. 우리가 매일 집을 나서면 길에서부터 사람을 보게 되고 사람을 만난다. 낯선 사람이나 소개로 사람을 만나게 되면 호기심과 기대감 때문에 설레기도 하고 긴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보다 낯이 익은 사람들과 계속 관계를 이어 가는가 싶기도 하다. 현대 가구가 아무리 세련되고 멋이 있어 보여도 손때가 잔뜩 묻어 반들거리는 古 가구에 정감이 더 가는 것처럼... #1 어느새 한국보다 이 나라에서 산 삶의 기장이 훨씬 더 길어지고 있다. 더구나 여기 저기 옮기지를 못하고 계속 살던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이제 이 자리가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 가끔 이민 초창기 때 잘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면 '..

기본폴더 2020.11.18

빈티지

신상품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현대인 매일 등장하는 새로운 아이템과의 속도 조절을 해가며 구입하고 즐기는 층이 있다면 복고시대의 문화와 삶에 진한 향수를 가지고 살아가는 부류도 꽤 많은 것 같다. 우연히 오랜 된 마을 지나다 보면 웬지 스토리가 담겨 있을 것 같은 폐가나 녹이 쓴 물건을 보면 마치 골동품을 줍는 기분으로 무조건 찍는다. 뉴욕 캣츠킬에서 머무는 동안 잠시 시간을 내어 근쳐 앤티크 상점들이 있는 빈티지 동네를 돌아 볼 기회를 얻었다. - Mountaindale NY - 뉴욕에서 한 시간 정도면 올 수 있다는 아주 오래된 마을 새것 보다 투박하고 낡은 손때가 묻어 있는 옷이나 가구에 집착하며 가치를 두는 예술인과 동성애자들이 즐겨 찾는다는 이색적인 마을이라는 걸 짧은 거리를 걷다 보면 금방 눈치를..

기본폴더 2020.11.02

나도 누군가의 가을

어김없이 찾아온 낯익은 방문객, 그 찬란한 유혹 앞에 게으름 피우던 나의 이성은 타오르는 감정과 재빨리 손을 잡는다. 나는 이 방문객의 덫에 여지없이 걸려 들고 절제 잃은 질서는 테두리 없는 흥분 속에서 손가락질 받는 몽유병 환자의 걸음걸이로 춤을 춘다. 아~~~ 나는 이 멋쟁이 방문객의 감동적인 몸짓에 마침내 두 무릎을 접어둔 채 일 년 내 내 감아둔 사랑을 풀어 헤친다. 쏟아 내리는 주황색 가루 속에 두 눈을 잠재우고 지독히 짧은 방문에 설움을 그리다 말고 함께 떠날 수 없음에 목이 메인다. - 방문객/ 이귀옥 - 헤어지자 상처 한 줄 네 가슴에 긋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자 수없이 헤어지자 네 몸에 남았던 내 몸의 흔적 고요히 되가져 가자 허공에 찍었던 발자국 가져가는 새처럼 강물에 담았던 그림자 가져..

기본폴더 2020.10.31

날 기다리고 있었나봐...

고무신을 가난의 상징으로 여기며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내가 한국을 방문 하게 되면 제일 먼저 구입할 쇼핑 품목으로 올려 놓게 된 것은 바로 모 예능 프로에 나온 배우 문숙씨가 (자연식, 자연치유 전문가. 요가 지도자) 고무신을 신고 뉴욕거리를 활보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직후이다. Catskill 선사에 있는 천세련 화가의 작업실겸 숙소 정문 바깥에 있는 신발장이 내 관심을 붙잡았다. 가까이에서 올려다 보니 놀랍게도 검정 고무신 한켤례가 나란히 얹혀 있는게 아닌가... "어머 내가 그토록 갖고 싶은 검정 고무신이 여기있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자마자 고무신은 이미 내 손에 잡혀져 있고 신어봐도 되느냐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발은 고무신 속에서 " 어마!! 바로 내 자리네요..." 소리를 쳤다..

기본폴더 2020.10.26

넘치는 因緣

우연과 필연은 정말 종이 한장 차이 일까..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것을 시작으로 서로에게 묘하게 끌리는 인연이 되었다. 만인의 연인이라는 가을 날 그 인연을 만나러 집에서 약 3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Catskill ZenDo '백림사' 를 찾았다. 역시 다녀 온 사람들의 말 잔치가 가을색으로 나를 반겨 주었고 부엌에서 첫 인사를 시작할 때 나는 비로소 '必然' 을 껴안고 말았다. '천세련' 으로 부르다가 정신이 말끔히 씻기는 기분이 들 정도로 차분하다 못해 침묵이 담긴 찻잔끼리 정담을 나눈다. 생전 처음으로 다례시음을 통하여 차를 차 답게 시음하도록 끌어들이는 분위기에서 나는 천세련만의 언어를 맛 보았다. 놀라운 것은 서로를 묻고, 서로를 답하고 듣는 과정에서 자물쇠와 열쇠가 되어 '철커덕' ..

기본폴더 2020.10.23

달팽이의 이사

호숫가 돌 틈에 살았던 달팽이는 꽃도 풀도 없는 자신의 거처가 영 불만이었습니다. 너무 허술해 바람과 햇볕을 피할 수 없어 무척 괴로웠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호숫가를 지나는 거미를 만나 거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자 거미가 말했습니다. "저기 언덕만 넘어가면 꽃과 풀이 우거져 바람과 햇볕을 피할 곳이 많은데..." 이때 그 곳을 지나던 잠자리도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맞아. 저 언덕 너머에는 모두들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지." 거미와 잠자리의 말을 듣고 달팽이는 좋은 날을 골라 언덕을 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사를 하려니 귀찮기도 하고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꿀벌이 이사를 돕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꿀벌이 함께 언덕을 넘어가자고 하자 달팽이가 말했습니다. "안 되겠어. 오늘은 너무 햇볕..

기본폴더 2020.08.23

달달한 복수

부엌 싱크대에서 딸기를 씻다 유난히 커 보이고 싱싱한 게 내 눈에 쏙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내 입안으로 들어 놓으니 " 어마!!!!!!!!! " 하고 소리 지를 뻔했다.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 일종의 복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일을 씻고 자르게 되면 제일 크고 제일 싱싱하고, 제일 맛있어 보이는 것은 따로 두었다가 무조건 다른 식구들에게 양보해오던 나로선 기가 막힌 복수 처방전이었다. 표도 안 나는 일인데 왜 그렇게 바보같이 양보만 했을까.... 복수했다고 여기니 억울한 생각 대신 신이 났다. 비교를 하자면 비행기 탑승 시간을 놓친 것을 알고 놀란 마음으로 게이트로 뛰어갔는데 무슨 이유인지 출발 시간이 연착이 되어 무사히 탑승을 하게 되었을 때의 그 안도감 상쾌(爽快), 통쾌(痛..

기본폴더 2020.08.03

공간 만들기

옷장 안과 신발장을 자주 기웃거리면서 " 왜 이래 많아 ... 언제 다 입고 신어보지 갈때도 없는데 ...." 혼자 말이 터진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근래에 들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옷장안에서 공간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 잦아졌다. 그렇다고 예전에 비해 구입하는 것도 거의 없는데도 너무 많이 가졌다는 생각에 양심이 눌린다. 은퇴 후 하나 사면 한 두개는 버리거나 나누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이 가졌다는 것에 대한 자책이 부쩍 드는 요즈음이다. 예전에는 싫증 때문에 나눴다면 어느 순간 부터 부담이 되어 나눈다. 그때는 꼭 필요한 장식품들이 이제는 가지고 있는 자체가 '낭비' 로 여겨진다. 몇 가지 만으로도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을 못 느낀다. 필요한 것이 점점 없어지니 가볍고 홀가분하다. 나보다 더 필..

기본폴더 202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