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폴더

논-런 스타킹

큐팁 2021. 8. 9. 09:18

 

70년 초

미국 영주권 신청 허락이 떨어지자

미국 살이 준비로 분주했다.

 

 준비물 중에는 양말, 속옷 그리고 스타킹도 들어 있었는데

그 당시는

전선이 안 간다는 NON -RUN 스타킹 광고가 대세였던 시절이었다. 

 

 

 

꼭 필요하다며 챙겨 온 물건을

적절한 때마다 하나둘씩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미국 생활과는 맞지 않은 것도 많이 가져온 것도 같았다.

 

그때는 그렇게 소중하고 귀하다고 여겼던 물건도

이민 살이 세월이 길어지게 되면서

  천대 꾸러기로 취급이 되어 하나둘씩  차례로 버리기도 했다.

 

 

 

은퇴를 하고 얼마 안 되어

  인류 초유의 사태라 하는 '팬데믹'을 맞이 했다.

 

통제되고 갇혀 있다는 자체를 못 견뎌하던 그런 일상도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그 생활에 익숙이 되어 간다.

 

자연히 차려입는 일도 변하는 강산처럼 저절로 퇴색이 되고

조신하게 스타킹을 신을 기회조차 박탈이 되자

서랍 하나 가득 채우고 있는 양말과 스타킹마저 무용지물 취급이 되어

여기저기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나누면서 서랍장을 비우고 있지만

아직도 서랍장에서 요지부동 자세로 남아

 "제발 나를 버리지 마세요"  라며

48년간 내 눈을 맞추고 있는 검은색 'NON -RUN'.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히고 잊힌다 하더라도 이 논 - 런 스타킹만은

여태껏 서랍장에 그대로 남겨두고 있는 걸 보면

내 이민사를 대변하고 있는 필연의 동반자가 아닌가 싶다.

 

 

 

인연의 싹은 하늘이 준비하지만

이 싹을 잘 지켜서

튼튼하게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순전히 사람의 몫이다.

 

인연이란, 인내를 가지고

공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인 것이다.

-헤르만 헤서- 

 

 

요즘들어

서랍을 열 때마다

'절대로 전선이 안 간다'라는 

광고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확 들어온다.

 

아무래도

NO - RUN 이랑 파트너가 되어

Long - Run!!!!

 

 

노래: I found love in Prtofino - Andrea Bocelli

글, 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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