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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탄 모자

걸어 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 부드러운 바람까지 불어주어 상쾌한 날 그래서 모자와 잘 어울리는 날 집으로부터 동네로부터 잠시 벗어나고자 했다. 푸른 산과 들이 보이고 시원한 바다 대신 대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센트럴공원으로 가기 위해 뉴욕행 기차를 타면서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연휴라 복잡할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생각보다 덜 붐벼서 다행이었다. 72 에베뉴 입구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우리 셋은 각자의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뉴요커들의 자유로움이 부럽기도 했다. 거대한 뉴욕시 중심지에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쾌적한 장소를 부여한 명분과 위력이 돋보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동네를 벗어난 우리 셋 우거진 숲과 스치는 군중들과 함께 걸으면서 나누는 수다는 저수지 위에다 잔잔한 색으로 펼쳐낸다. 평소 나는..

기본폴더 2023.06.05 (12)

날 보우하사..

*먼저 음악부터 시작할까요 ^^ 일반적으로 '혼자'라는 단어에는 '외로움' 그리고 '고독'이라는 단어가 으레 수반된다. 은퇴 후 골프장에서 거의 시간을 보내는 남편 덕분에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보내게 되는데 그 혼자의 시간은 주로 요리와 빨래 그리고 집 청소 등 가사 노동이지만 여자 아니 남편과 자식과 함께하는 주부라면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생각을 당연시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세뇌감으로 부터 일탈을 하게 되는 날도 간혹 생긴다. 그런 날은 특별 휴가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 되곤 한다. 어쩌다 아무도 없는 집에 나만 오롯이 남아 있다거나 당장 해야 할 일도 없는 영광의 날과 걸맞은 집 안과 밖의 화사한 풍경에 둘러싸여 '멍'때리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게 횡재로 여겨지면 쌓여있는 불평불만도 희석이 되고.. ..

기본폴더 2023.05.30 (28)

그날

그날은 자식들로부터 낳아주고 길러준 그 공을 인정받은 엄마들의 햇살 같은 표정만큼이나 카네이션 꽃밭을 돌다온 꽃 향기로 샤방한 화사한 봄날이었다. 하루 이틀 전에 배달된 꽃바구니와 선물로는 서늘한 마음을 대신하기엔 부족했던 나는 날씨의 유혹을 핑계 대며 어쩌다 숨이 내쉬고 싶을 때면 들리는 와인너리로 드라이브 하면서 "나도 엄마다 ~~" 그날은 그 넓은 공간을 대부분의 여성들이 차지했고 나도 엄마의 자격으로 그 공간의 분위기를 차지하는 봄날이 되었다. 평소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느끼는 바람과 결이 다른 공기에 취해버린 화사한 카네이션이 되어본 그런 날이었다!! 음악: spring waltz- chopin 글, 사진/작성 이 슬

기본폴더 2023.05.22 (38)

Toby 이야기 1

Lancaster,Pa에서 데리고 왔을 땐 겨우 9주째이던 토비가 어느새 8개월이 되었고 몸무게도 6파운드에서 10파운드가 되었다. 매일 먹이고 이빨 닦이고 같이 산책하고 침대에서 함께 자게 한 효과인가 싶기도 하다.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고 소문을 내자 여기저기 강아지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선배들과 새로운 교류를 맺는 중이다. 첫 일 년은 무조건 건강관리보험이 필수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보험을 가입해 놓고 백신, 광견병, 진드기, 기생충 등 들어도 알 수 없는 각종예방주사와 알약을 투여하기 위해 매달 애견병원 방문을 하고 있다. 6개월 접어들면서 '중성화 수술'을 잘 끝냈는데 얼마 후 귀 가장자리를 다듬다가 피부를 살짝 건드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가 멈추지 않아 응급실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강..

기본폴더 2023.05.16 (24)

- 천연(天然) 한 마음-

오월을 만나 푸르름 속에 보내게 될 31일 어쩌면 어둠을 씻어낼 수 있겠지라는 한 줄기 흔들림에 놀란 내 가슴은 웅성대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여기 오월의 산책길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아직도 잠에서 덜 깬 자연 속으로 두 마음이 오월의 숲을 가릅니다 당신을 온통 차지한 천연(天然) 한 이 마음 당신의 어깨 위로 살포시 포개봅니다 밤의 공기로 잉태된 이슬 한 방울 발자국 소리에 형체를 깨고 줄기 떠나 떨고 있는 풋 잎들 사이로 미처 못 떠난 지난밤의 열기가 젖은 대지를 다립니다 오월의 그대여 우리 잠시 자연의 속삭임에 가슴을 열어봐요 오월의 산책길이 숭고한 계절을 향한 약속이 되어 줄 테니까요 이귀옥의 '천연(天然) 한 마음' 줄기 중에서 - 음악: 봄 클래식 모음 시/작성 이 슬

기본폴더 2023.05.07 (34)

노벨 忍耐 상

승자도 패자도 없이 링 위에서 권투장갑 낀 채로 기싸움을 해오길 어느덧 41년 사람들은 '결혼기념일'이라고 말하지만 난 '결혼 서바이벌'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혼생활이 달콤한지 씁쓸한지 휫갈리는 상태에서 권태기로 진입하면서 서로에 대한 실망,후회 등이 점점 부각되기 시작했다. 제7차례에 걸쳐 실시한 대한민국 경제개발 5개년의 성공이 오늘날 민주화의 초석이 되었다면 41년째 이어오는 나의 버티기 계획은 영원한 것인가... 아이들 예민한 성장기를 깃점으로 조금만 참으면 대학진학을 하게 되어 내 책임도 덜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15년 이상을 버티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첫째가 떠나도 여전히 둘째가 남아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차례로 대학입학과 졸업할 때 즈음 함께 살고 계시는 시부모님도 점점 쇠약해지고 계신..

기본폴더 2023.04.29 (44)

'멋'

'멋' 내가 참 좋아하는 단어 '멋' 다른 글자와 달리 이 글자에서는 날렵한 곡선과 대비된 부드러운 능선이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 '멋' 을 쓰게 동안 나는 학이 되어보고 소리를 내어 읽게 되면 무용수가 되는 환상에 빠지고만다. 그러다 보니 기분이 좋거나 긍정적인 느낌을 표현할 때는 나는 언제나 '멋'이라는 글자를 앞 세우는 버릇이 있다. '멋진 생각' '멋진 만남 ' '멋진 사람' '멋진 식사' ' 그리고 '멋진 소통' 등 등 내 글 칸이나 대화 속 단골메뉴다. 학창 시절 나는 우등생이나 모범생이 되는 것보다 '멋쟁이'가 되기 위한 딴짓에 시간을 탕진했다. 즉 광촌에서 금보다 돌 캐는데 시간을 팔았다고 말하는 게 솔직하다. 패션이나 스타일에 관심을 쏟다 보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대신 동네 양장점이나 ..

기본폴더 2023.04.14 (41)

팔짱 끼고 싶은사람

변덕스러운 3월이 가고 나면 곧바로 4월이 열리면서 완연한 봄이 찾아온다. 겨울을 버텨낸 생명체들이 여기저기 멍울을 터트리는 소리와 팔짱을 끼고 싶다. 모든 생명체들의 기다림인 '봄' 화창한 봄이 되면 떠 올리게 되는 화가의 작품들이 있다. 바로 네덜란드 출신으로써 낭만적인 아티스로 잘 알려진 웰렘 하레츠 (Willem Haenraets) 대부분 그의 작품의 주제는 전원생활 그리고 가족 특히 여인들의 로망을 섬세한 터치로 완성시키는 낭만적인 아티스트이다. 특히 수채화 느낌으로 그린 탱고 춤추는 작품은 몽환적이기도 하지만 강렬하고 역동적인 감각까지 내 시선 안으로 초대가 되면 우주 모든 만물들이 소생하는 힘까지 보인다. 작가는 갇혀있던 것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기술자인가 연인들의 속삭임과 여인들의 비밀까지 ..

기본폴더 2023.04.04 (47)

굴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 부는 날이나 날씨와 상관없이 요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괴로운 날도 즐거운 날도 기분과 상관없이 오전 시간에 나는 요가를 한다. 때로는 좋은 일이 생겨 기분이 좋은 날도 있고 괴로운 일로 중 (重) 한 짐을 지고 있을 때도 있으나 기분에 따라 그 파장의 길이나 폭이 다른 건 사실이다. 그래서 호흡과 명상에 집중하는 요가를 통해 '마음 다스리기'에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 감당하기 힘든 일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안으로 파고드는 고통의 원인을 명상과 호흡 중에 찾으려는 습관이 생겼다. 발생하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고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를 향한 원망 때문에 스스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고통의 무게가 쇠뭉치로 느끼게 되는 건 가해자나 피해자가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나..

기본폴더 2023.03.26 (25)

내 탓

카페인에 대한 예민한 반응 때문에 커피를 맛 대신 향으로 즐기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늘 상상 속에서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의 향을 골고루 맡으며 모닥불 피워놓은 산장이나 해안가에서 홀짝거리는 멋을 연출하는 만용으로 대신하곤 했다. 물방울이 빗줄기가 되어 창문을 두드리는 날이면 상상의 수치는 창틀 끝으로 치달아 올라 달달한 휴식에 빠지기도 한다.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셔도 꿀잠을 잔다고 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보인다면 그만큼 향과 맛을 동시에 즐기지 못한 서러움일 수도 있다. 은퇴 준비 즈음에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서 마실 용기가 생겼고 은퇴를 하자마자 아침을 맞이하면 제일 먼저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는 일이 하루 노동의 보약처럼 강력한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예전에 상상 무대에서 커피잔을..

기본폴더 2023.03.2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