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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개의 효과

‘아침을 먹었다’라는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된 시기는 가계를 닫고 난 뒤 부터다. 그전에는 집에서는 아침을 먹는 시간보다 몸단장 시간에 의미를 두다 보니 아침은 으레 건너뛰게 마련이었다. 가끔 가게로 가는 도중에 Panera Bread에 들러 아침을 주문할 때도 샌드위치 1인분에 커피 하나. 옆에서 먹으라고 떠 밀면 마지못해 한쪽 모서리를 Bite 하고 커피 홀짝 하면 아침을 먹었다는 포만감으로 가게에 도착하곤 했다. 이제 집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집에서 커피를 내리고 종이컵이 아닌 커피 잔으로 커피를 마시며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내 집의 구조 파악까지 하게 된 여유에 감사하며 오전 시간을 채우고 있다. 그러니까 오전 11시 반까지는 아침시간으로 여기며 즐기는 중이다. 나의 아침 식사는 반으로 시작한다..

기본폴더 2021.03.29

나도 그리운 것들

누가 나한테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행요..." 할 것이다. 팬데믹으로 세상이 중단되고 잠겨 버렸다. 잠겨있는 사람들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아래 글 작성자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의 아우성에 감동하며 함께 소리를 내본다. 여행이 그립다. 일상이 지겨워서만은 아니다. 역마살이 낀 탓도 아니다. 이국적 음식이야 우리나라에서도 웬만큼은 즐길 수 있으니 그것도 이유는 아니다. 도대체 이다지도 여행이 그리운 건 왜일까? 절대다수의 사람이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버킷리스트.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90%가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분석한 연구를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버킷리스트는 산티아고 순례길..

기본폴더 2021.03.15

페이퍼 타월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남의 나라에 정착하려고 할 때 제일 먼저 낭패를 맛보게 되는 것이 바로 언어와 생활문화다. 나의 문화충격의 시작은 미국 가정이나 사회 공동체가 아닌 바로 내가 제일 먼저 머물게 된 사촌오빠 가정에서 였다. 일찍이 미국에 들어와 부부 의사로 자리를 잡고 있던 사촌 오빠네 생활수준은 어린 내 눈에도 집과 자동차 그리고 주변 분위로 봐도 중산층 그 이상이었다. 특히 한번 먹고 쓰고 버리는 게 너무 많았는데 그 가운데 제일 먼저 받았던 충격은 바로 물기만 한번 쓰윽 닦은 종이 타월이 그대로 쓰레기 통으로 던져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였다. 70년 당시 한국 내 사정은 행주나 걸레는 낡은 수건이나 헌 옷가지를 잘라 사용했고 심지어 시골에서는 신문지를 화장지로 사용하고 있던 때라 종이로 입을 ..

기본폴더 2021.02.16

사람도 짐

나이를 먹으니 자연히 '은퇴'라는 왕관을 쓰게 되고 보상으로 받은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게 되니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노년 층으로 분리가 되어있다. 가끔 자리를 하게 되면 노후대책에 대한 사견 들로 공감대를 쌓기도 한다. 대체로 아끼던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정리해야 하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생각나는 대로, 보이는 대로 ,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 사후에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힘을 덜어주는 게 부모의 도리라 생각 하자며 서로 다독 이기도 한다. 내게 중요한 것들이 자식이나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없는 짐에 불과하다며... 미국 땅을 밟은 1973년 그다음 해부터 지금까지 일기 형식의 기록 노트와 편지와 엽서가 서랍에 가득 쌓여있다. 아끼던 물건은 하나씩 없애거나 버려도 그다지 억울해..

기본폴더 2021.02.16

다락 방의 언어

얼마 전부터 손에 책을 들고 있게 되면 금방 눈이 피로해져 책을 덮고 마는데 우연히 유튜브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땐 마치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지푸라기를 손에 잡은 그런 기분에 흥분을 했다. 그때부터 상큼한 여자 목소리에 잠이 들 때도 있고 먼지가 끼어있지 않은 바람 같은 남자의 자장가에 잠이 들기도 한다. 그중 '책 읽는 다락방 j' 방을 더 많이 클릭을 하는 편이다. '여행의 이유' , '남자를 찾아 산티아고' , '여자 전' , '울고 싶을 땐 사하라로 떠나라' 등 J의 차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느 날 밤 '요기, 인도에 쉼표를 찍었습니다'라는 제목이 눈에 딱 들어왔다. 인도 어느 작은 마을인 '아쉬람'에서 한 달간 요가 수행을 체험한 '이헌희' 작..

기본폴더 2021.02.02

누굴 닮았을까...

"누굴 닮아서 음식 솜씨가 그렇게 좋을까?" 뉴욕에서 돌아올 때마다 자동차 안에서 우리 내외가 주고받는 훈훈한 열창이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음식에 대한 미각이 뛰어 난 딸이 때로는 괜한 근심거리가 되기도 했었는데... 간혹 집에서 우리를 위해 만들어 내는 예사롭지 않은 요리에 마치 우리가 유명한 식당에서 먹는 기분을 들게 해 주던 기억도 있긴 하다. 하지만 딸이 뉴욕으로 옮긴 후로는 주로 식당에서 먹곤 했다가 예상외로 팬데믹이 장기간으로 이어지게 되자 딸이 직접 만든 음식을 몇 번 대접을 받게 되었다. 테이블 세팅에서부터 음식까지 일품이다.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손색이 없다. 우리의 기대 이상으로 성장한 아주 멋진 딸이다. 도대체 누굴 닮았지..... 음악: Cleo Laine & James Galway..

기본폴더 2021.01.26

동굴 속으로

'러시아 민요' 하게 되면 곧바로 드라마 '모래시계' OST 을 떠올린다. 그리고 '짚시의 탄식'과 '집시의 바이올린'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게 멋진 민요를 소개 해준 분이 있다. 바로 '꽃을 피우는 나무' 강인. 미주중앙일보 블로그에서 지금까지 그 인연이 이어오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 받은 이 베이스 목소리에 사로잡힌 내혼이 목소리의 주인공과 동굴 속으로 빠졌다가 근근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여러분들의 차례다. 꽃을피우는나무 : 네이버 블로그 『꽃을 피우는 나무』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글과 생각과 음악을 통해 여러분의 인생나무에 사랑의 꽃, 희망의 꽃, 평화의 꽃을 피우세요. blog.naver.com blog.naver.com/enochkang 러시아 민요 '저녁 종소리'를 소개합니다. '저녁 종소..

기본폴더 2021.01.19

대청소

별 특별한 날도 아니련만 해가 바뀔 때마다 어딘지 모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2020년이 가고 2021년이 도착된 날 아침 제일 먼저 휴대폰과 카톡을 재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지난 한 해동안 한 번도 연락이 없었던 사람들을 지웠다. 휴대폰 공간이 태평양이 되었다. *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내 이야기에 사진과 음악을 입혀 내 Blog에 올린다. '생각의 나눔'이라며 카톡 방으로 들고 가서 나누는 즐거움도 누리곤 하는데 그에 대해 단 한 번도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나한테는 소중한 것이 어떤 부류에게는 잡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시도 때도 없이 (무음처리 상관없이) 밀고 들어오는 식상한 글과 영상들이 소음으로 여겨져 종종 삭제해 버리기도 하니까... 지나친 정보가 사생활까지 ..

기본폴더 2021.01.12

셋째 딸의 이름

초저녁에 잠이 든 엄마, 밤 11시 즈음이면 깨곤 했다. 그 당시는 자정이 되면 일반인들의 통행이 금지되어 있던 시절이었다.. 하필이면 소방서와 파출소 바로 옆에서 살았던 우리는 밤마다 그 사이렌 소리에 기겁을 하기도 했지만 점점 익숙해지자 되레 안정 감을 얻기도 했다. 마흔에 남편 잃고 몇 년도 채 못돼 군대에서 휴가 나온 장남마저 강물에 익사하고 난 후로 약주 없이는 잠을 못 자는 습관이 생겼던 엄마. 큰 언니와 고향에서 ‘천재’로 소문난 언니는 큰 도시에서 결혼 생활과 학업 생활을 하고 있을 때었다. 고향집에는 아직도 엄마의 손길이 절대적인 남동생과 세상 재미를 잃은 엄마를 돌보며 보호자 역할을 감당해야 했던 나 그때 내 나이 13살. 다행히 아버지가 남겨둔 토지를 팔아 대로에 지은 상가에서 매달 ..

기본폴더 202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