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곁을 떠난 것들은 -
어린 빗방울들이 어느새 샛강에까지 모여들어
왁자지껄 지나가고 있다.
길거리 인파처럼 아무렇게 말고 하류, 그쪽으로만 흐르는데
더러는 강물 위에 바로 뛰어내리는 것도 있다
나는 강의 한 허리쯤에 비켜서서
멀리서 다가오는 젊은 강물과
내 곁을 지나가는 강물과
가물가물 멀어져 가는 강물을 바라보다 결국 까치발을 한다
더 안쓰러운 것은 강물에 바로 뛰어내린 것들인데
지금껏 흘러온 것들에 섞어,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진다
내 곁을 떠난다
사노라니
하나 둘 중간중간 떠났다
그렇게 떠난 것들은 또 어디로 갔을까
- 장 남제 -
내가
만 여섯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갑자기 집안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무슨 잔치라도 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세 살 아래 남동생과 나는
상여에 달려 있던 꽃을
서로 많이 따려고 뛰어다니다
어른들에게 야단을 맞았다.
그땐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
아비 없는 자식 들이라
지극히 챙겨 주시던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선산에 관이 묻힐 때
소리 내어 우는 사람들을 따라 나도 울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자갈길 따라
덜컹거리던 트럭 창 너머
선산 등 허리로 내려가는 해를 바라보며
해가 뜨면
할머니가 우리 보러 오실 것만 같았다.
*
친정어머니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늙으면 누구 할 것 없이
이런저런 병과 이유로 죽게 되는 만고의 진리에
충실히 반응을 보이기 위해 애를 썼을 뿐
당장 내 사는 일에 사투를 벌이느라
엄마가 내 삶의 중간에서 영원히 없어지고 마는 것임을
눈치 채지 못했다.
한동안
건강 문제로 고생을 하던 내 바로 위의 언니도
아무도
그렇게 빨리 죽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늘 옆에 그렇게 있다고 무심하게 여겼던 언니...
가족들이 오열을 하는 동안
언니는
한 줌의 재로 나타났다.
*
그때 비로소
그동안 내 곁에 있던 많은 것들이
중간중간에 하나 둘 떠나갔음을 깨닫게 되었다.
허망하게 떠나가는 것들보다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더 많다고 여겼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이랑 사라질까..
문득
나 이전에
내 곁에서 떠나갈 모든 것들에 대한
묘한 애증이 스멀거리기 시작한다
때가 되면
나 또한
남아있는 누군가의 인생에서
지나가는 강물이 되어
기억의 한 가닥에
달려 있겠지.
모두 다 어디로 떠났으며
나 또한 누군가의 중간에 끼여 사라지게 될 거고
그때가 언제 즈음일까...
노래: Halleluja - Andrea Bocelli
글, 사진/작성
이
슬
'기본폴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로운 얼굴 (0) | 2021.09.28 |
---|---|
모두 고맙습니다 !! (0) | 2021.09.23 |
움직이는 '點' (0) | 2021.08.30 |
팩트 체크 (0) | 2021.08.23 |
바람아 바람아 ~~ (0) | 2021.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