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폴더

사라지는 것들 중에...

큐팁 2021. 9. 14. 09:31

 

- 내 곁을 떠난 것들은 -

 

어린 빗방울들이 어느새 샛강에까지 모여들어

왁자지껄 지나가고 있다.

길거리 인파처럼 아무렇게 말고 하류, 그쪽으로만 흐르는데

더러는 강물 위에 바로 뛰어내리는 것도 있다

나는 강의 한 허리쯤에 비켜서서

멀리서 다가오는 젊은 강물과

내 곁을 지나가는 강물과

가물가물 멀어져 가는 강물을 바라보다 결국 까치발을 한다

더 안쓰러운 것은 강물에 바로 뛰어내린 것들인데

지금껏 흘러온 것들에 섞어,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진다

내 곁을 떠난다

사노라니

하나 둘 중간중간 떠났다

그렇게 떠난 것들은 또 어디로 갔을까

-  남제 -

 

-펌-

내가

만 여섯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갑자기 집안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무슨 잔치라도 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세 살 아래 남동생과 나는

상여에 달려 있던 꽃을

서로 많이 따려고 뛰어다니다

어른들에게 야단을 맞았다.

그땐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

아비 없는 자식 들이라

지극히 챙겨 주시던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선산에 관이 묻힐 때

소리 내어 우는 사람들을 따라 나도 울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자갈길 따라

덜컹거리던 트럭 창 너머

 선산 등 허리로 내려가는 해를 바라보며

해가 뜨면

할머니가 우리 보러 오실 것만 같았다.

*

친정어머니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늙으면 누구 할 것 없이

이런저런 병과 이유로 죽게 되는 만고의 진리에

충실히 반응을 보이기 위해 애를 썼을 뿐

당장 내 사는 일에 사투를 벌이느라

엄마가 내 삶의 중간에서 영원히 없어지고 마는 것임을

눈치 채지 못했다.

 

 

 

한동안

건강 문제로 고생을 하던 내 바로 위의 언니도

아무도

그렇게 빨리 죽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늘 옆에 그렇게 있다고 무심하게 여겼던 언니...

가족들이 오열을 하는 동안

언니는

한 줌의 재로 나타났다.

*

그때 비로소

그동안 내 곁에 있던 많은 것들이

 중간중간에 하나 둘 떠나갔음을 깨닫게 되었다.

 

        허망하게 떠나가는 것들보다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더 많다고 여겼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다.

 

@어제 27년을 맞이하여 온가족이 엄마를 뵙고 왔다. 날씨가 그 날처럼 너무 좋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이랑 사라질까..

문득

나 이전에

내 곁에서 떠나갈 모든 것들에 대한

묘한 애증이 스멀거리기 시작한다

 

 때가 되면

나 또한

남아있는 누군가의 인생에서

지나가는 강물이 되어 

기억의 한 가닥에

 달려 있겠지.

 

 

                                                                 

모두 다 어디로 떠났으며

  나 또한 누군가의 중간에 끼여 사라지게 될 거고

 그때가 언제 즈음일까...

 

노래: Halleluja - Andrea Bocelli

글, 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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