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그림 그리기를 참 좋아했던 나는
중학 시절에는 벽지 도안으로 군 대회에 참여해서 상을 따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진짜 많이 그렸던 것은 바로 만화책 주인공의 얼굴이었다.
한 번은
고향에서 함께 성장했던 친구가 미국을 방문해 나를 만나러 왔다.
거의 40년 만에 만난 그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쏟아낸 첫마디
"너 그때 만화 참 많이 그렸잖아.."
그 정도로 나와 함께 성장했던 친구들에게
나는
그런 아이로 각인이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랬었지
수업시간에 몰래 그리다가 선생님한테 들켜 혼나고....
얼굴을 그리려면
제일 먼저 동그라미부터 그려놓고
그다음에
눈과 코 그리고 입, 순서로 얼굴이 완성된다.
어른이 되면 서서히 동심은 사라지지만
지금도
'동그라미' 하게 되면 나는 여전히 얼굴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그러다 보니 한때는
'얼굴'이라는 노래에 이어 '당신의 마음'을 무척 좋아했다.
노래 가사와 음률이 절묘해서 가끔
흥얼거리다 보면 생각나는 얼굴들이 하나둘씩 피어 올라온다.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당신을 그립니다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밑에 점 하나
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마는
아~~ 아 마지막
한 가지 못 그린 것은
지금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그때는
동그라미에다 무심코 눈, 코 입 등을 그리던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기억 속에 저장된 옛 얼굴의 주인공을 하나씩 떠올리며
함께 했던 시간과 사연을 재생시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마음속에 맴도는 새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그리고
그 마음까지 ....
노래: 당신의 마음/김희진
글, 사진/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