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차고 문을 열고 나갔다
어둠과 함께 찾아오던 우리 집.
그냥 먹고 잠만 자는 공간으로 취급하던 그때는
우리 집에도
봄이 오고 꽃들이 피고 지는 계절이 있는지도 몰랐다.
돈 버는 일이 이민 삶의 목표요 신앙으로 믿었는데
가게를 닫고 한 동안 숨을 고르고 나니
그때서야
집 구조에서부터 계절의 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뜨면 생명이 있는 것들에게 점점 관심이 폭증하기 시작하게 되자
그동안 생물 대신 집 안에 무생물로 된 장식물들을
하나씩 들어내기 시작했다.
텃밭에 자라는 것들에서 시작된 관심이
화초를 사다 심고
물 주고 자라는 걸 매일 확인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숨을 토해내는 생명에 귀를 기울이게 되자
손길도 따라가게 되었다.
이제는
실내보다 햇볕을 쬐며 바깥을 둘러보며 머무는 시간도 늘어났다.
자연히
식물이나 화초에 일가견이 있는 지인들과의 대화가 깊어지면서
가져다주거나 가져오는 화초도 하나둘씩 늘어난다.
지난주에는 지인의 뜰을 거닐다
유난히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낡은 화분에 시선이 고정되고 말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밑이 빠져 있었다.
즉흥적으로
그 속에다 무엇을 담아도 내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욕심이 배가 되어
애원하다시피 졸랐더니 지금 우리 집에 둥지 틀고있다.
밑 빠진 화분에 담겨 질 사계절을 상상하다
그만
내 마음도 쏙 들어앉고 만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 사이에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못 견디는 것도
모두 나만 기다리고 있는가 싶기도 해서이다.
아침에도 찍고
저녁에도 찍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와서 그 앞을 기웃거리다 보면
그늘진 마음안으로 빛이 들고
달라붙어 있던 근심도 닦이는 특효 처방전이 되어주나 싶다.
너희를 만나
내 마음이 반짝거리며 윤기가 생긴 듯한 게
참 신기하다.
매일 설레게 해주는
애인이 생긴 생겼습니다.
노래: Summertime
글,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