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백지로 도배된 한 권의 책이
우연히 내 손에 들어왔다.
혹시
먹물이 튀어나올까 해서
슬그머니
90쪽을 건너려다
그만
아래에 빠져 버렸다.
-내쇼날 지오그래픽-
새의 깃털처럼 머리가 하얗게 센 다음에
옛 애인을 만나고 싶다던 중년의 상사를 그녀는 기억한다.
완전히 늙어서....
한 올도 남김없이 머리털이 하얗게 세었을 때,
그때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꼭 그때.
젊음도 육체도 없이.
열망할 시간이 더 남지 않았을 때.
만남 다음으로는 단 하나, 몸을 잃음으로써
완전해질 결별만 남아 있을 때
한강 소설 -흰- 91쪽
'젊음도 육체도 없는 옛 애인'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이런 단어끼리의 인연은 꿈꾸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참 후에
아니
그리 멀지 않은 날에
내게도 그런 만남이 허락이 된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젊음도 육체도 사라진
완벽한 이별을 선물하는 백발노인이 될까..
그걸
새로운 '완성' 이라고 해도 되나....
-Camel Mission 정원-
노래: 바다 끝/ 최백호
글,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