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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맛

작년 딱 이맘 때다. 고향 친구의 초대로 서울 인사동에서 아주 오래 전 고향에서 먹어본 듯한 노란 배추전을 먹고 또 먹고 계속 먹느라 다른 음식을 놓치기도 했다. 최근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배추 전 동영상이 떴다. 인사동 한식 식당에서 먹었던 그 맛이 되살아 나자 슬슬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주말을 기다렸다가 마켓에서 구입한 배추로 동영상에서 본 그대로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마른 밀가루를 묻힌 배추를 밀가루와 튀김가루 분량을 반반 섞은 묽은 반죽에 앞 뒤로 살짝 담근 후 기름을 넉넉히 두른 커다란 후라이팬에다 바스락 소리가 날 정도로 앞 뒤를 번갈아가며 굽어서 잠시 식힌다. 채썬 무우를 들기름에 살짝 볶다가 파 한줌 넣고 마무리한 것도 잠시 식힌 후 배추 전 앞 부분에 올려 돌돌 말게 되면 아래와 같은..

기본폴더 2020.07.01

다시 백수..

다시 백수 자리로 복귀했다. 가게를 막 그만 두고 집에서 하루종일 있는 자체를 무척 어색해 하던 초기 백수 생활이 어느 덧 당연한 일인 듯 익숙해졌다. 구태여 시계를 보지 않아도 덜 익은 햇살이 창틀을 비집고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커피부터 내린다. 아침준비 자체가 새로운 취미가 되자 아침시간도 자연히 길게 늘어뜨려진다. 가진게 시간이라는 말과 손가락을 걸듯... 백수로 지내기 에는 어느 계절보다 화사한 봄날이 덜 지루하다는 것을 문밖으로 나서는 순간 감지가 된다. 텃밭 손질이나 화단을 가꾸는 일에 정분을 내는 것도 무엇에도 쫓기지 않아서 가능한 것이라 여기며... 봄은 할 말이 참 많은 모양이다. 동네 한바퀴를 돌게되면 양 사방에서 나를 보며 수다를 떤다. 세수를 하지 않은 얼굴을 바짝 ..

기본폴더 2020.07.01

언니의 집

대한민국 3,300개의 섬 중에 문체부가 선정한 다시가고싶은 3개의 섬 중의 하나인 아름다운 매물도 그 섬의 가장 높은 언덕 위에다 선영이 언니는 집을지었다. 10년전의 일이라고 한다. 그 사실도 작년 봄 언양 지곡마을 언니의 수목원에서 잠시 휴식 중 에 알게 되었다. 수국이 그렇게도 좋은지 언니 집 주변은 수국으로 둘러 싸여져있다. 그동안 거제도 까지는 알고 있었으나 '매물도' 라는 섬이 있는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언니에게 어떻게 그 섬 에다 집을 짓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친정 어머니(고모) 로 부터 구포 낙동강에 노을이 빨갛게 물들 때 산기를 느껴 바로 나를 낳으셨다는 말씀을 어릴적에 듣고부터 노을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단다. 노을은 역시 바다 수평선에 떨어지는 노..

기본폴더 2020.07.01

이런 친구...

2010년 고향에서 교직에 있는 친구 정애가 세계여성 발명대회에 작품을 응모하여 금상을 받았다는 희소식을 접했을 때 그동안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등과 중학교를 같이 다닐 당시의 기억을 더듬게 되면 정애는 병원을 운영하시던 의사 아버지 밑에서 공부 잘하는 모범생 이였다는 것 외에는 아는게 없는 나로서는 언제 어떤 경위로 저와 같은 비범한 재능을 가졌을까 라는 의문과 자문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애가 밤낮으로 한땀 한땀 바늘로 심혈을 기울이던 '원스티치 패턴 기법' 에 대해선 전무 했다는게 솔직한 내 답이다. "내가 원스티치패턴 개발을 하게된 동기는 90년대 초에 남지고에서 특활수업 (특기적성교육으로 1주일에 한시간 전교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

기본폴더 2020.07.01

아픈 손가락

아들이 많이 아프다 심신이 제로상태 인가 싶을 정도로 .. 엄마도 아프다 딸과는 달리아들은 일찍감치 엄마의 손과 능력의 한계를 떠나있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아픈 손가락에 붕대를 감다가 갑자기 오래전에 포스팅 했던 글이 생각났다. 남자는 우선 강해야 한다는 모토를 세워놓고 어린 아들을 한국해병대에 입소하게 하여 그룹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로 고된 훈련을 받게하고 그리고 몇차례 걸쳐 West Point 에 데리고 가 장래의 강하고 멋진 군인이 되는 꿈을 가지게 했다 아이의 성향이나 의견보다 자기의 주장과 욕망이 불탔던 남편은 아들에게 축구, 야구, 테니스 그리고 골프까지 하게 했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어디 내 뜻과 내 바램대로 되어지던가 특히 자식에 관해서... 예민과 섬세함, 모두 지닌 아들과 무조건 일방..

기본폴더 2020.07.01

이 노래...

패티 킴의 노래 '초우' 에 마음을 뺏기고 열광하기 시작 했던 계기는 우연히 TV 방송 무대에서 이 노래를 열창하는 그녀의 특유의 카리스마에 십대의 내 마음이 뚫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가슴속에 스며 드는 고독이 몸부림 칠 때 갈길없는 나그네의 꿈은 사라져 비에 젖어우네 너무나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마음의상처 잊을 길없어 빗소리도 흐느끼네 너무나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마음의상처 잊을 길없어 빗소리도 흐느끼네 가사내용처럼 가슴속으로 스며 드는 사람도 비에 젖을 만큼 사연이 있을리 만무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치 '초우' 의 주인공처럼 흐느낄 정도로 빨려 들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노래방이나 여러모임에서 그녀처럼 '초우' 를 부르고 싶어 안달을 내곤 했지만 타고난 '음치'가 아킬레스건이 ..

기본폴더 2020.07.01

마술에 걸린 언어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 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 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 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기본폴더 2020.07.01

나 취직했어요...

‘백수’ 라는 뱃지를 달고나니 갑자기 시간이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그냥 하는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바로 백수의 현실이라는 걸 매일 볼일 없는 일을 소화 하느라 자동차 연료비가 예전에 비해 더 많이 든다는 것으로 증명이 되어지고 있다. 과거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을때의 일상이 오히려 지금보다 더 단순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괜히 자동차를 몰고 길위를 달리는 중이다. 한국방문을 비롯해서 가고싶어 했던 곳, 가야 했던 곳을 두루 두루 다닐 때마다 은퇴한 자의 당연한 특권 이요 보상이라는 주변사람들의 응원에 신바람이 나기도 했다. 더 이상 시간에 쫓기거나 매이지 않아도 되는 여유도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에게 허락되는 보상이라 여기며… 특히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따스한 이불 속에서..

기본폴더 2020.07.01

노년의 입구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할머니' 라는 소리를 처음 듣게 되었을 때 그 말을 인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고 "이제는 중년도 못되는 노년이 되었구나..." 라며 마치 쓰디쓴 약을 억지로 들이키는 심정으로 삼켜야 했다. -양자-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나와 연결되어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월에게 젊음을 빼앗긴지도 모른체 이미 자연스럽게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불려지고 있다. -구글- '오십' 이 가까워 지자 '중년' 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던 때가 있었다. -구글- 하지만나는 그 중년을 세차게 밀어내 버렸고 '중년'이 된 나를 못 본체 했던게 어제와 같은데 어느 순간 어색하기 짝이 없는 노년 층으로 밀려난다 싶으니 '중년'에 반기를 들었던 그때가 오히려 그립기도 한다. -양자- '신체적 매력의 상실에 ..

기본폴더 2020.07.01

카테리니행 기차

눈을 볼 수있는 겨울철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 'Dr. Zhivago' 딸과 여러차례 보곤 했다. 미 중북부 지역인 시카고를 비롯하여 미네소타주 최대도시인 Ninneapolis 지역이 역대 급 폭설로 도시전체가 마비상태다. 눈으로 인한 발생하는 여러가지 사고 사태에도 불구하고 겨울철의 한 풍경을 떠 올리게 하는 노래가 내게 있다. 그리고 아래의 글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일상적인 남녀 사이의 이별을 노래한 것처럼 들릴수도 있지만 나치에 저항했던 그리스의 한 젊은 레지스탕스와 한 여인의 가슴 아픈 이별을 다룬 노래다. 카테리니 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속에 남으리 내 기억속에 남으리 카테리니 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

기본폴더 2020.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