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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달

오월은 여기저기에서 "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로 채워지는 달이다. 칠순이 넘자마자 혼자 쓰러져 돌아가신 우리 엄마, "어머니" 하고 부를 때 " 왜?"라는 대답 듣는 이들이 부러운 달이다. 이런 내 맘을 시 몇 줄로 달래 본다. 그대는 기억하는가 지금의 볼품없는 그 마른 가슴이 한 때는 그대의 꿈을 비벼대던 그대 최초의 솜이불이었던 것을 그대는 보고 있는가 삐뚤어진 주름 고랑을 끼고 지나가고 있는 낡은 눈물의 행렬을, 그대는 그대의 두 귀로 듣고 있는가 저 땅속에 묻어둔 한숨의 뿌리를, 인내의 기나긴 세월 속에서 만냐야 했었던 고통과 고난의 태산이 몸부림치며 무너지는 저 소리를, 그대는 아는가 그대에게 보내는 사랑의 손짓이 마지막 몰아 내쉬는 호흡과 함께 멈추어지고 난 후에 그대 또한 어두운 골짜기를 혼..

기본폴더 2022.05.08

잔치 날

필라델피아 한인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가 필라델피아 인근 한인들의 염원이었던 영사관 출장소 유치 완성 기념(2021)과 함께 -Korea In Philly - 란 타이틀로 한인들이 많이 거주한 Blue Bell에 있는 Motgomery Community College에서 개최했다. 한국 전통문화와 예술 그리고 음식 등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에 맞게 축제다운 분위기에서 성황리에 치렀다. 개인적으로는 한인회 초기 당시에 이사로 그리고 한인회 산하기관인 장학재단 초대 위원장으로 직, 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있기에 이번 50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전통 녹차 다례식을 시연하게 될 천세련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화가와 작가 그리고 전시기획대표..

기본폴더 2022.05.04

나도 털리다

닫혀 있던 것, 포개져 있던 것, 그리고 감춰 놓았던 조차 훌훌 털리는 계절이다. 노래하게 하고 춤추게 만드는 이 계절에 풀어놓고 싶은 시를 모셨다. 내 그대를 한여름 날에 비할 수 있을까? 그대는 여름보다 더 아름답고 부드러워라. 거친 바람이 5월의 고운 꽃봉오리를 흔들고 여름의 빌려온 기간은 너무 짧아라. 때로 태양은 너무 뜨겁게 내리쬐고 그의 금빛 얼굴은 흐려지기도 하여라. 어떤 아름다운 것도 언젠가는 그 아름다움이 쇠퇴하고 우연이나 자연의 변화로 고운 치장을 빼앗긴다.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퇴색하지 않고 그대가 지닌 미는 잃어지지 않으리라. 죽음도 자랑스레 그대를 그늘의 지하세계로 끌어들여 방황하게 하지 못하리. 불멸의 시구 형태로 시간 속에서 자라게 되나니. 인간이 살아 숨을 쉬고 볼 수..

기본폴더 2022.04.26

@꿈

남 녀 노 소 할 것 없이 우리는 크고 작은 다양한 꿈을 꾼다. 어린아이들이 꿈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은 개꿈이라며 무시하기도 하지만 성장기에 들어서면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하나 씩 창조하기 시작하게다. 패션과 무용으로 조명 받는 것이 나의 꿈이 되었던 적도 있었는데 오늘까지 이 모양으로 살고 있는 것을 보면 꿈을 꿈속이 아닌 현실적으로 이루기 위한 내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꿈이란 자신이 가고자 하는 삶의 나침반이 되어 주기 때문에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비전을 심어주기 심어주기 위해 꿈을 가지라고 강조를 한다. '헬렌 켈러’는 인간은 꿈을 먹고 자라며 꿈이 위대한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꿈’ 하면 가장 먼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 I have a Dream”을 상징적..

기본폴더 2022.04.12

치맛바람

평소 단조로운 모노톤 색만을 고집해오던 내가 어느 해 봄 샤방샤방한 옷감과 색상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요원만큼 용기나 자신감은 상승되지 못했는데 그건 낯설고 익숙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는 내 소심한 성격 탓이다. 눈에 확 띄는 밝은 색상이나 대담한 패턴의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그 일이란 마치 청문회나 법정 같은 곳에서 증언을 해야 하는 만큼이나 떨리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에만 매달려 있던 어느 날 뷰틱 샵에서 걸려있는 치마에 마음이 붙잡히고 말았다. 샤방샤방하다는 표현이 적당한... 한 동안 옷장 안에서 끄집어낼 명분을 모색만 하다가 봄이 완연하게 내려지는 날 지인과 단 둘이 소풍길을 나섰다. '옷이 날개다'라는 말의 힘인지 살갗을 건드리는 치마 바람..

기본폴더 2022.04.04

훔치고 싶은 것 중에서...

3 월은 봄이 보이고 꽃이 피기 시작한다. 사방이 화사해지기 시작하는 달이다. 언제부터인지 꽃을 보면 순간적으로 훔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구태여 자랑할 버릇은 못된다는 자책에 도둑이 된 기분에 몰래 눈꺼풀을 내린다. 봄이 나타나니 예전에 노트에다 훔쳐 뒀던 -꽃을 훔치며-라는 시를 다시 끄집어 내본다. 멀리서 웃음을 던진다 가면인 줄 알 듯이 속아주며 피워내는 꽃 속절없이 열어주는 가슴이 곱다 빼앗기는 순결을 부추겨 그 고운 숨소리 담아가는 빛으로 일어서는 여인의 향내 세상의 연인들이 꽃 잎으로 다듬는 얼굴은 누구의 밤을 찾아가는 요염인가 (글/ 박 종명) 꽃은 닮고 싶지만 과연 내 곁에 빛이 있기나 하고 내속에 향내가 있기나 한가... 그래도 여전히 꽃을 훔치고 싶은 속셈은 감추지 못하겠다. 봄은 ..

기본폴더 2022.03.24

이러한 사람들

팬데믹이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간으로 이어지자 지난 6년간 운영해오던 문화교실 스트레칭반이 중단이 된지도 어느덧 3년째로 들어서고 있다. 봄 학기 개강 여부를 묻는 회원들이 늘고 있는 것을 보면 답답함과 인내의 한계가 초과되었기 때문인가 싶다. 오늘은 나한테 개인 요가를 받고 있는 두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이탈리안 친구 'Angela'와 한국 친구 A 씨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각각 따로 개인 레슨을 받고 있는데 이 두 사람으로부터 느끼고 있는 공통점은 핑계나 이유는 무조건 삭제하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을 철저히 지키려고 한다는 점이다. 살다 보면 불시에 닥치는 사고나 병으로 자기의 의사와 반대로 남의 도움을 받게 된다. 바로 그러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평소에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점이다. 그..

기본폴더 2022.03.16

소리 잔치

봄 기다리던 새싹들이 대지를 뚫고 빼꼼히 올라오고 가지에서 달라붙어 있던 봉오리가 활짝 기지개 켜는 초봄이다. 세상은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로 불안한데도 봄은 여지없이 우리 앞에 도착했다 고맙게도.... 현대시선 문학사 마당을 기웃거리다 3월에 딱 어울리는 시 한 수를 모셨다 . 제목 : 春雨聲 두툼한 솜이불 위로 어머니가 토닥였던 소리 겨우내 꼭꼭 여민 땅 위로 어서 깨거라 두드리는 소리 지상으로 빼꼼 내밀며 꽃을 열라는 소리 나무 몸통 열어 새싹 내놓으라는 소리 모처럼 안개가 모여 앉는 소리 어둠 곁에서 아침이 열리는 소리 내 심장이 그대에게 노크하는 소리 그대라는 꽃이 열리는 소리 내 꽃이 기지개 켜는 소리 봄 빗소리는 가을 빗소리와 다르다 서로 만나자는 소리 [봇짐:한성욱] * * '서로 만나자는 ..

기본폴더 2022.03.08

나도 모르는 여자

- 춤 - 내가 춤을 얼마나 좋아하고 추고 싶어 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표현과 몸짓으로 실토했던 적이 있다. 세상에서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혹은 취미로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이 부러운 것은 내가 속해있는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추고 싶어 하는 춤, 그 끼를 발휘해본 것도 초등학교 소풍날 전교생 앞에서 트위스트 춤으로 상을 타본 게 전부였다. 미국이라는 사회는 이런저런 특별한 날이면 자연스럽게 춤을 추게 되지만 나는 '춤'과 '카바레'를 동격 시 하는 남편을 만났으니 춤과 나는 그저 상상 세계에서나 만나는 인연이라 생각하면서 잠시 딸아이의 발레 시중을 드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해보기도 했다. 처지와 형편이 이 정도면 포기도 하게 될 텐데 나는 여전히 춤을 추고 싶다. 어..

기본폴더 2022.03.01

그날 !!

" ㅇㅇ 님은 무엇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세요?" 사람과 마주할 때 내가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물론 상대가 누군가에 따라서..... 이와 같은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도 던지게 될 때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펼쳐 나오는 극적인 대답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그날. 2002년 10월 하와이 Big Island 북쪽 밸리에 자리 잡은 DTS Camp에 있는 아들을 방문하기 위해 'Kona Airport'에 내렸을 때 이색적인 공항 분위기를 들고 나타난 아들을 껴안았을 때의 느낌 렌트한 노란색 지프차로 아들이 머물고 있는 장소로 향한 좁은 비포장 도로 위를 드라이브해 올라가면서 펼쳐내는 경이로운 주변 환경 그리고 숨 조리며 겨우 고지에 올라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하나님의 신비로운 창조 세계에 저절로 열린 가슴 ..

기본폴더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