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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이야기

뉴욕에서 살고 있는 딸이 엄마 생일 겸 주말을 함께 보내려고 오랜만에 내려왔다. 오랜만에 훈훈한 냄새가 집 안을 채운다. 매해 생일이 가까워지면 친정엄마 생각을 하며 "생일이 평일과 뭐 다를 게 있나..." 하지만 막상 생일이 평일처럼 모른 체 지나가게 될까 봐 해가 질 때까지 조급한 마음으로 은근히 뭔가를 기대하게 되는 게 너무 솔직한 나만의 고백인가.. 어느새 60 환갑 (換甲) 도 훨씬 지났고 그렇다고 칠순 (七旬) 은 아직인 고작 67세 생일 이건만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생일카드 축하 메시지와 촛불 케이크 행렬이 약 2주에 걸쳐 이어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내가 태어난 날 돌아가신 종 백부님의 제삿밥이 내 생일 밥이 되어주곤 했던 그 시절에 비하면 놀라운 신분상승이라..

기본폴더 2021.11.10

후원자의 꿈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창세기 15장 5절) 결실의 계절이 무르익어가는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저녁 대 필라델피아 한인회 제21회 장학 수여식 행사를 치르는 내내 위의 성경말씀이 계속 맴돌았다. 2000년에 설립된 장학재단을 2013년까지 장학재단의 위원장과 운영책임자로서의 임무와 직책을 내려놓고 그 후 지금까지 고문으로 함께 해왔으니 21번째 행사에 참여를 한 셈이다. 예년에 비해 유난히 행사장이 환하고 풍성했다면 바로 샤론 황 회장님 특유의 새삼한 배려와 협조로 행사장 여기저기에 장식된 화환과 13명에게 전달될 꽃다발이 그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문득 순서지 한 장 없이 던킨도넛 한 박스로 행사를 ..

기본폴더 2021.11.04

셋의 효과

관계와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사람들은 함께 밥을 먹거나 커피와 차를 마신다. 인간은 혼자 살 수없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도 많아졌다. 부부동반이 아니면 나는 주로 아침이나 브런치 시간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여러 사람들을 만나본 결과 두 사람보다 세 사람의 만남이 가장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무슨 특별한 이유나 사연 때문이 아니면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직선적이고 私的이라는 부담감도 있지만 이야기의 폭 또한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세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 속에 있게 되면 산만하고 집중이 잘 되지 않아 만남이나 모임의 성격조차 파악을 못하고 헤어진다. 그에 비해 세 사람이 마주하게 되면 되면 우선 네 편 내 ..

기본폴더 2021.10.29

내게 건네는 잔

김포 공항을 출발하여 일본과 시카고를 거쳐 New York kennedy 공항에 도착한 그날이 바로 1973년 10월 23일 밤. 그 당시 열아홉 살 처녀 었던 내가 다음 달이면 67세의 노년이라니 정말 나 몰래 스쳐간 시간의 후유증이라는 격세지감 (隔世之感)이라는 사자성어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유난히 가을을 좋아해서일까 '가을'이라는 계절 속으로 들어서면 상념 (想念)이 유별해서인지 나름대로 48년이란 이민의 세월을 잘 버터 냈다는 게 끔찍할 정도로 대견스럽기도 하다. 이렇듯 가을은 우리 모두에게 추억을 소환하는 감성을 전염시키는 모양이다. 이럴 때 '요요 야마'를 초대해 첼로 음악과 영상 속에 살포시 내 마음과 시선을 담가놓고 싶다. . 그날을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내가 나 된 것을 자축하고 싶은 뿌..

기본폴더 2021.10.20

마음챙김

이제는 요가가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요가 동작에 이어 내가 직접 개발한 동작까지 하게 되면 약 한 시간 정도 매일 아침시간 매트 위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다양한 자세와 동작을 하다 보면 그중에는 내 몸과 마음이 유난히 좋아하는 자세가 있는데 바로 시작과 마무리할 때의 동작이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두 팔을 양 옆으로 크게 벌리고 가슴을 활짝 열어 동시에 양팔을 위로 올렸다가 양손바닥을 마주하며 가슴으로 내려오는 이 동작을 불가에서는 흩어진 마음을 일심(一心)으로 모은다는 뜻으로 합장 (合掌)이라 한다. 기독교 신자인 나로서는 자신과의 만남을 위해 하나님을 중재자로 초대하는 간절함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일이 시작과 끝이 있듯이 요가도 시작과 마무리 동작이 있다. 두..

기본폴더 2021.10.14

매일 아침 부엌 창 건너편에 붉은 고개를 들고 있는 화초를 바라보며 요가를 하는 즐거움은 바로 팬데믹 시작과 함께다. 요가란 정신과 신체와 그리고 감정이 서로 통해야 하므로 한지점에 오롯이 집중해야 하는 나는 창 너머 화초에 마음을 연결해놓고 요가를 시작하게 되면 저절로 온 몸이 紅 이된다. 영어명: EUPHORBIA MILI (Crown of Thorn) 작년 한 해는 제라늄 덕분에 답답하기 그지없는 나날의 우울함을 이겨 낼 수 있었는데 바로 매일 아침 창 건너편에서 나를 바라보는 제라늄 때문이다.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려앉는 계절이 되자 그렇게 요염을 부리던 제라늄도 꽃과 잎이 시들어지면서 줄기도 제 빛을 잃고 마르기 시작했다. 손이 닿는 곳마다 마른 껍질이 바삭거리며 죽음 앞에 홀로 서 있는 것이..

기본폴더 2021.10.07

외로운 얼굴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 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 * 별 수 없이 나도 퇴색하는 얼굴과 마주하면 어디에도 걸터 앉지도 못하고 떠..

기본폴더 2021.09.28

모두 고맙습니다 !!

장학기금모금을 위한 이귀옥 요가강사 북콘서트 현장 BY: PHILLY TALKS ON: 09/20/2021 18일 열린 필라델피아한인회 장학재단 기금모금을 위한 이귀옥 요가강사 초청 북콘서트에 참석한 한인동포들이 이귀옥 요가강사의 '65세, 그 편견을 넘어서'의 출간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by Philly Talks 필라델피아한인회 장학재단(위원장 이승훈) 기금모금을 위한 이귀옥 요가강사 초청 북콘서트 ’65세, 그 편견을 넘어서’ 행사가 18일(토) 몽고메리카운티 앰블러소재 필라델피아제일장로교회(담임목사 강학구)에서 열렸다. 이날 북콘서트에 참가한 한인동포들은 한인자녀들을 위한 장학기금 모금에 십시일반의 성금을 보태는 한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무료 요가강습 행사에서 이귀옥 요가강..

기본폴더 2021.09.23

사라지는 것들 중에...

- 내 곁을 떠난 것들은 - 어린 빗방울들이 어느새 샛강에까지 모여들어 왁자지껄 지나가고 있다. 길거리 인파처럼 아무렇게 말고 하류, 그쪽으로만 흐르는데 더러는 강물 위에 바로 뛰어내리는 것도 있다 나는 강의 한 허리쯤에 비켜서서 멀리서 다가오는 젊은 강물과 내 곁을 지나가는 강물과 가물가물 멀어져 가는 강물을 바라보다 결국 까치발을 한다 더 안쓰러운 것은 강물에 바로 뛰어내린 것들인데 지금껏 흘러온 것들에 섞어,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진다 내 곁을 떠난다 사노라니 하나 둘 중간중간 떠났다 그렇게 떠난 것들은 또 어디로 갔을까 - 장 남제 - 내가 만 여섯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갑자기 집안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무슨 잔치라도 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세 살 아래 남동생과 나는 상여에 달려 있던..

기본폴더 2021.09.14

움직이는 '點'

한국 속담 가운데 "동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가죽이란 돼지가죽이나 닭가죽이 아닌 호랑이나 늑대 적어도 양가죽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이름 또한 나와같은 범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석가모니, 공자 그리고 소크라테스 4대 성인을 비롯하여 적어도 인류에 공헌한 위대한 인물 정도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평범한 사람의 인생도 나름대로 소중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자 그냥 사라지기보다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다는 간절함에 '65세, 그 편견은 넘어서'라는 점 하나를 찍게 되었다. 점 하나 살짝 찍어놓고 보니 점을 움직이고 싶다는 욕심이 추가로 생겼다. 대필라델피아 한인회는 제20,21대 회장직을 연임하셨던..

기본폴더 202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