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 오이 - 오랜만에 날 오이 몇 조각을 이마에 올려놓았다. 농사꾼이 시원한 바람을 만나듯 한 순간에 불현듯 잊고 있었던 우스운 장면이 하나 떠오른다. 여름 땡볕 사이로 미쳐 다 떼어내지 못한 오이 조각을 얼굴에 달고 대문을 향해 튀어가는 내 뒤로 벌겋게 화난 엄마의 얼굴이다. 넉넉한 것이라곤 맑은 공기와 동네 인심뿐 이였던 그 시절, 여름철에는 오이가 반찬의 주인공이었던 시절. 오이냉국, 오이무침, 오이짠지, 그리고 고추장, 된장에 찍어 먹는 날 오이는 식구들 식성 하고는 상관이 없이 무조건 여름 밥상을 차지하곤 했다. 특히 오이 한 개만 있으면 간단하게 냉국을 만들 수 있기에 아침, 저녁 밥상에 오이냉국은 단골 메뉴였던 것이다. 내 얼굴에 얹혀 있던 오이 조각도 바로 그날 저녁 반찬용으로 시장에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