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폴더 283

치맛바람

평소 단조로운 모노톤 색만을 고집해오던 내가 어느 해 봄 샤방샤방한 옷감과 색상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요원만큼 용기나 자신감은 상승되지 못했는데 그건 낯설고 익숙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는 내 소심한 성격 탓이다. 눈에 확 띄는 밝은 색상이나 대담한 패턴의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그 일이란 마치 청문회나 법정 같은 곳에서 증언을 해야 하는 만큼이나 떨리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에만 매달려 있던 어느 날 뷰틱 샵에서 걸려있는 치마에 마음이 붙잡히고 말았다. 샤방샤방하다는 표현이 적당한... 한 동안 옷장 안에서 끄집어낼 명분을 모색만 하다가 봄이 완연하게 내려지는 날 지인과 단 둘이 소풍길을 나섰다. '옷이 날개다'라는 말의 힘인지 살갗을 건드리는 치마 바람..

기본폴더 2022.04.04

훔치고 싶은 것 중에서...

3 월은 봄이 보이고 꽃이 피기 시작한다. 사방이 화사해지기 시작하는 달이다. 언제부터인지 꽃을 보면 순간적으로 훔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구태여 자랑할 버릇은 못된다는 자책에 도둑이 된 기분에 몰래 눈꺼풀을 내린다. 봄이 나타나니 예전에 노트에다 훔쳐 뒀던 -꽃을 훔치며-라는 시를 다시 끄집어 내본다. 멀리서 웃음을 던진다 가면인 줄 알 듯이 속아주며 피워내는 꽃 속절없이 열어주는 가슴이 곱다 빼앗기는 순결을 부추겨 그 고운 숨소리 담아가는 빛으로 일어서는 여인의 향내 세상의 연인들이 꽃 잎으로 다듬는 얼굴은 누구의 밤을 찾아가는 요염인가 (글/ 박 종명) 꽃은 닮고 싶지만 과연 내 곁에 빛이 있기나 하고 내속에 향내가 있기나 한가... 그래도 여전히 꽃을 훔치고 싶은 속셈은 감추지 못하겠다. 봄은 ..

기본폴더 2022.03.24

이러한 사람들

팬데믹이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간으로 이어지자 지난 6년간 운영해오던 문화교실 스트레칭반이 중단이 된지도 어느덧 3년째로 들어서고 있다. 봄 학기 개강 여부를 묻는 회원들이 늘고 있는 것을 보면 답답함과 인내의 한계가 초과되었기 때문인가 싶다. 오늘은 나한테 개인 요가를 받고 있는 두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이탈리안 친구 'Angela'와 한국 친구 A 씨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각각 따로 개인 레슨을 받고 있는데 이 두 사람으로부터 느끼고 있는 공통점은 핑계나 이유는 무조건 삭제하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을 철저히 지키려고 한다는 점이다. 살다 보면 불시에 닥치는 사고나 병으로 자기의 의사와 반대로 남의 도움을 받게 된다. 바로 그러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평소에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점이다. 그..

기본폴더 2022.03.16

소리 잔치

봄 기다리던 새싹들이 대지를 뚫고 빼꼼히 올라오고 가지에서 달라붙어 있던 봉오리가 활짝 기지개 켜는 초봄이다. 세상은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로 불안한데도 봄은 여지없이 우리 앞에 도착했다 고맙게도.... 현대시선 문학사 마당을 기웃거리다 3월에 딱 어울리는 시 한 수를 모셨다 . 제목 : 春雨聲 두툼한 솜이불 위로 어머니가 토닥였던 소리 겨우내 꼭꼭 여민 땅 위로 어서 깨거라 두드리는 소리 지상으로 빼꼼 내밀며 꽃을 열라는 소리 나무 몸통 열어 새싹 내놓으라는 소리 모처럼 안개가 모여 앉는 소리 어둠 곁에서 아침이 열리는 소리 내 심장이 그대에게 노크하는 소리 그대라는 꽃이 열리는 소리 내 꽃이 기지개 켜는 소리 봄 빗소리는 가을 빗소리와 다르다 서로 만나자는 소리 [봇짐:한성욱] * * '서로 만나자는 ..

기본폴더 2022.03.08

나도 모르는 여자

- 춤 - 내가 춤을 얼마나 좋아하고 추고 싶어 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표현과 몸짓으로 실토했던 적이 있다. 세상에서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혹은 취미로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이 부러운 것은 내가 속해있는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추고 싶어 하는 춤, 그 끼를 발휘해본 것도 초등학교 소풍날 전교생 앞에서 트위스트 춤으로 상을 타본 게 전부였다. 미국이라는 사회는 이런저런 특별한 날이면 자연스럽게 춤을 추게 되지만 나는 '춤'과 '카바레'를 동격 시 하는 남편을 만났으니 춤과 나는 그저 상상 세계에서나 만나는 인연이라 생각하면서 잠시 딸아이의 발레 시중을 드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해보기도 했다. 처지와 형편이 이 정도면 포기도 하게 될 텐데 나는 여전히 춤을 추고 싶다. 어..

기본폴더 2022.03.01

그날 !!

" ㅇㅇ 님은 무엇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세요?" 사람과 마주할 때 내가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물론 상대가 누군가에 따라서..... 이와 같은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도 던지게 될 때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펼쳐 나오는 극적인 대답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그날. 2002년 10월 하와이 Big Island 북쪽 밸리에 자리 잡은 DTS Camp에 있는 아들을 방문하기 위해 'Kona Airport'에 내렸을 때 이색적인 공항 분위기를 들고 나타난 아들을 껴안았을 때의 느낌 렌트한 노란색 지프차로 아들이 머물고 있는 장소로 향한 좁은 비포장 도로 위를 드라이브해 올라가면서 펼쳐내는 경이로운 주변 환경 그리고 숨 조리며 겨우 고지에 올라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하나님의 신비로운 창조 세계에 저절로 열린 가슴 ..

기본폴더 2022.02.15

마음에 걸린 표정

'The shape of water' 영화관에서 혼자서 이 영화를 감상했던 때를 회상하며... 배경은 냉전시대인 1962년 볼티모어에 소재한 삼엄한 경비 지하 연구실을 배경으로 말하지 못하는 여인과 감정을 지닌 괴물의 아픈 사랑을 마치 흐르는 물결같이 자연스럽게 표현하여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 스크린상을 받은 것으로 비롯하여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도 상을 받았으며 골든 글로벌 시상 각 부문에 후보로 올려져 있던 작품이다. 여주인공 역의 샐리 호킨스는 실화 영화 -Moudie , my love - 에서 캐나다 출신 나이브 화가인 '모드 루이스' 역을 입체적인 연기로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얻어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Elisa가 버스 창문에 기댄 채 아늑한 상상과 기대에 잠겨있는 표정이 무척 인상적이..

기본폴더 2022.02.02

Coffee

카페인 성분에 유난한 나는 현대인의 기호식품이라는 커피는 아예 포기를 하고 살아왔다. 만약에 깜박하고 카페인이 첨가된 식품을 오후에 먹은 날은 두말이 필요 없이 밤은 낮으로 뒤 바뀌고 만다. 당연히 그다음 날은 대가를 치르느라 괴롭고 피곤하다. 커피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를 잡게 되자 심지어 서너 컵을 마셔야 잠을 잔다며 아무렇지 않게 너스레 떠는 사람들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커피를 거리를 두고 냄새로 즐기는데 만족하던 내가 한 모금씩 홀짝거리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된 지가 어느덧 4-5년 전이다. 매일 집을 나서면 무조건 생업터로 직진하는 건조하기 짝이 없는 습관을 깨고 동네 커피숍에 들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함께 따끈한 커피컵을 들고 나오면서 맛보는 그런 여유가 하루 시작의 활력소로 ..

기본폴더 2022.01.25

진심이야 ~~

잠든 사이 첫눈이 소복하게 내려와 있다. 하루 종일 사방에 쌓여있는 눈을 창을 통해 물끄러미 바라보니 한동안 숨죽여 있던 감성이 눈바람에 날갯짓 듯 여기저기에서 마구 휘날리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예능프로그램을 들여다보니 '한 번쯤 멈출 수밖에'라는 제목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잘 아는 가수 '이선희'와 아나운서 '이금희' 두 사람이 함께하는 진행하는 감성 힐링 프로그램이라고 소개가 되어있다. 첫 게스트가 '낭만을 위하여'로 잘 알려진 가수 '최백호'라는 것에 더해 촬영 장소가 부산인 것이 마음을 더 부풀리게 한다. 진행이 무르익어 가는 즈음에 통기타 가수 송창식이 그의 롤모델이 되어준 이유로 '사랑이야~'를 언급하자마자 이선희의 간청으로 송창식의 노래가 최백호의 목소리로 갈아타기 시작..

기본폴더 202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