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성분에 유난한 나는
현대인의 기호식품이라는 커피는 아예 포기를 하고 살아왔다.
만약에
깜박하고 카페인이 첨가된 식품을 오후에 먹은 날은
두말이 필요 없이 밤은 낮으로 뒤 바뀌고 만다.
당연히 그다음 날은 대가를 치르느라 괴롭고 피곤하다.
커피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를 잡게 되자
심지어 서너 컵을 마셔야 잠을 잔다며
아무렇지 않게 너스레 떠는 사람들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커피를 거리를 두고 냄새로 즐기는데 만족하던 내가
한 모금씩 홀짝거리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된 지가
어느덧 4-5년 전이다.
매일 집을 나서면
무조건 생업터로 직진하는 건조하기 짝이 없는 습관을 깨고
동네 커피숍에 들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함께
따끈한 커피컵을 들고 나오면서 맛보는 그런 여유가
하루 시작의 활력소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몇십 년이 훌쩍 지난 뒤에 깨우친 셈이다.
마치 장거리 고속도로 위를 계속 달리다
잠시 휴계소에 들러 기분전환을 하듯..
재미있는 건
내가 마시는 반 컵 커피의 진실은 커피 반 우유 반인데
때로는
다른 사람이 진하게 마시고 난 뒤 재탕하기도 하지만
그 효과는 라테나, 카푸치노 못지않다는 점이다.
은퇴를 하자 들이닥친 팬데믹 쓰나미로 집안에 묶이게 되면서
부엌 한쪽 코너에
아주 검소한 Mr. Coffee 가 자리를 차지하는 이변이 생겼다.
컵으로 마시던 커피를 잔에 따라 마시면서
집 밖의 풍경을 즐기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자
이방 저 방에서 불이 꺼지면서부터
다음 날 아침을 기다리는 건 분명 커피 때문이다.
둥굴레 차로 시작하여
커피인지 우유인지 알쏭달쏭한 커피에 익숙해질 즈음
해가 바뀌면서
남들처럼 제대로 커피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우유 양을 확 줄이고
남들처럼 찐하게 향이랑 섞여 반잔을 마셨더니
누워있던 정신이 일어 설 준비를 한다.
.
피곤하거나 졸릴 때
카페인 성분이 각성효과 (awakening effect )를
발휘한다는 걸 체험한 셈이다.
하지만
매일 이런 도전이 내게는 무리라는 걸 자각하고
당분간
일주일에 딱 한 번
주일 새벽을 깨우는 처방전으로 만족하기로...
Oh Coffee !!!
노래: One More Cup of Coffee- Bob Dylan
글, 사진(pinterest)/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