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사이 첫눈이 소복하게 내려와 있다.
하루 종일 사방에 쌓여있는 눈을 창을 통해 물끄러미 바라보니
한동안 숨죽여 있던 감성이 눈바람에 날갯짓 듯
여기저기에서 마구 휘날리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예능프로그램을 들여다보니
'한 번쯤 멈출 수밖에'라는 제목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잘 아는 가수 '이선희'와 아나운서 '이금희'
두 사람이 함께하는 진행하는
감성 힐링 프로그램이라고 소개가 되어있다.
첫 게스트가 '낭만을 위하여'로 잘 알려진 가수 '최백호'라는 것에 더해
촬영 장소가 부산인 것이 마음을 더 부풀리게 한다.
진행이 무르익어 가는 즈음에
통기타 가수 송창식이 그의 롤모델이 되어준 이유로
'사랑이야~'를 언급하자마자
이선희의 간청으로 송창식의 노래가 최백호의 목소리로 갈아타기 시작한다.
갑자기
'사랑이야...'가 내게 왔던 그날이 퍼드득 대기 시작한다.
한 구절씩 가사가 스쳐 지날 때마다
마치 꺼져 있던 내 영혼에 촛불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한 듯했던
그 영롱한 순간이 눈꽃처럼 내려앉긴다.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는 게 스스로 인정 안될 정도로
가사 첫마디에서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절절한 언어로 꿰어져 있었다.
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서정적인 고백이 있을까....
아름다운 언어와 음률이 인간의 영혼에 미치는 그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 일까....
나는 뜻밖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게 '사랑이야~'를 보내주신 이의 마음 그곳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니
사랑이야 ~
내 깊은 거기에 촛불 하나 당겨졌다
진심이야 ~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 하나 이렇게
밝혀 놓으셨나요
어느 별 어느 하늘이 이렇게
당신이 피워 놓으신 불처럼
밤이면 밤마다 이렇게
타오를 수 있나요
언젠가 어느 곳에 선가
한 번은 본 듯한 얼굴
가슴속에 항상 혼자 그려보던 그 모습
단 한번 눈길에 부서진 내 영혼
사랑이야 사랑이야 음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시냇물 하나 이렇게
흘려 놓으셨나요
어느 빛 어느 바람이 이렇게
당신이 흘려 넣으신 물처럼
조용히 속삭이듯 이렇게
영원할 수 있나요
언젠가 어느 곳에 선가
한 번은 올 것 같던 순간
가슴속에 항상 혼자 예감하던 그 순간
단 한번 미소에 터져 버린 내 영혼
사랑이야 사랑이야 ~
노래 가사 내용을 다시 읽어보니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이 보낸 엽서를 읽기 직전 인양 설렌다.
*
*
차갑게 쌓여있던 눈도
능청스럽게 내리는 빗물에 두 손을 들었다
아주 말끔하게....
노래: 사랑이야/송창식
글, 사진(펌)/작성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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