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폴더

둥근 날

큐팁 2021. 12. 12. 06:56

 

 

오랜만에 나를 데리고 먼 길을 나섰다.

실로 몇 년만의 동행인가....

 

 

 

그 먼길의 끝에는

나를 기다리는 벗이 있다는 사실에 설레기까지 했다면

 

 

 

일 년 전 늦가을

산사에서의 만남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기 때문인가 싶다.

 

 

 

들어서니

실내가 하나로 연결된 듯

세상에 존재하는 '원' 이 그 안에 그윽해 있다.

 

 

마주 앉으니 

 

 

 

공자(孔子)의 성어가 향기를 뿜어준다.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향기를 맡지 못하니,

                                 그 향기에 동화되기 때문이다(子曰 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 

 

 

 

세상 속에 든 서로의 시선과 생각을 과감하게 털어내는 동안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크고 작은 원으로 연결이 되어

심성의 깊이에 배어 있는 그윽한 향에 서로 취하기까지 하니

시공(時空)마저 자리를 내준다.

 

 

 

이야기의 결이 통하니

사방이 둥근 향으로 그윽하다

 

 

 

"내 영혼의 그윽이 깊은 데서 맑은 가락이 울려 나네.

 하늘 곡조가 언제나 흘러나와 내 영혼을 고이 싸네."

 

 

 

서로의 영혼을 고이 싸고 싶어

세 번째 만남에 원을 그리고  나니

연꽃 밭을 돌고 온 바람처럼

둥글게 취하고 말았다. 

 

 

음악: 천일의 앤

글, 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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