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이 집에서 산지 어느새 28년이 넘었다.
아무래도 30년은 무난하게 채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갑자기 이런 서두를 끄집어 내게 된 것은
어느 날 문득
지난 28년 동안 줄곧 서서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도 놀랬기 때문이다.
우리 집 부엌 스토브 바로 위 편에 (사진 참고)
옆으로 길게 짜인 식탁은 식구들이 나란히 앉아 먹게끔 구조가 되어 있다.
초창기에 나도 옆으로 놓인 의자에 나란히 앉아 먹기도 했는데
점점 그 불편함이 말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 앞에 놓여 있는 반찬 집어 먹기 위해
내 앞으로 그릇을 끌어당겼다가 다시 제자리로 갖다 놓을 때마다 옆 사람이 움직여야 하고
게다가
먹다가 필요한 반찬이나 물을 마시고 싶으면 매번 높은 의자에서 내려와
테이블 코너를 돌아야 하는 일이 짜증까지 유발해 아예 마주 앉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의자에 앉고 보니
무릎과 캐비닛이 바로 맞닿는 게 더 불편해서 그때부터 서게 되었다.
좋은 점이라면
마주 보고 서 있으니 식사 도중 가족들이 뭐가 필요한지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는 것.
국이나 찌개를 더 담아 준다거나
먹다 모자라는 반찬을 냉장고에서 꺼내기가 훨씬 편했다.
매번 그렇게 서 있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어쩌다 손님들과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어도 느긋하게 즐기지 못하고
부엌으로 들락거리는 바람에 식구들의 따가운 눈초리까지 감당해야 했었다.
그렇게 심부름꾼으로 지내는 동안 식구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둘만 먹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나는 건너편에 서있다는 것이다.
부엌에 서 있는 버릇은
생업 장소로 전염이 되어 의자 앉아 있는 자체를 불편해했다.
하지만
바빠서 하루 종일 서 있는 거와 달리 습관 때문에 서 있는 것이다 보니 불평이 나올 리 없다.
평소 먹는데 비해 살이 안 찌는 이유도 아무래도 서서 먹는 습관 때문이 아닐까 싶다.
편하게 앉아서 먹을 때보다 서서 먹게 될 경우 섭취물도 바로 내려가 소화도 잘 될 뿐만 아니라
따라서
계속 몸을 움직이게 되니 칼로리 소모가 많다는 걸 의학정보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러한 습관 때문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는 하루 종일 서 있다시피 하는 나
그래도
할 일 없어 괜히 서성거리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음악: just for You / Giovanni Marradi
글, 사진/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