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 났으면 반드시 돌아 가는 때 또한 있는 법이다." 그분의 부음(訃音) 소식을 듣자마자 내가 나를 껴안으며 토해 낸 말이다. 지난 43년 이라는 흘려 보낸 세월 속에서 그 분과 나눴던 시간의 조각들 하나 둘씩 모아 붙여보니 마치 어제 있었던 일 인양 생생하다. 그분을 교회에서 알게되어 주치의로 만났을 때 내 나이 22살 미국이민 3년 차였다. 그당시 한인사회에서는 ‘윤박사님’ 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얼마 후 부터 나는 ‘할아버지’ 라 불렀다. 한국인들에게 흔하지 않은 구레나루 수염 때문이기도 했지만 ‘할아버지’ 라는 단어 안에는 무조건 봐 주기만 하고 어리광만 부릴 수 있는 보온병 같은 따스함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인연은 그 때부터 시작 되었고 그분과의 시간속에서 나는 내가 쉴 수 있는 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