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Herb Cottage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 부엌으로 내려가면서
제일 먼저
식탁 위에 놓여 있는 a Card 가 눈에 띄었다.
낳아주신 엄마는 안 계시지만
엄마의 생일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는 딸의 축하 메시지를
다른 환경에서 일게 된다는 사실 하나에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딸의 분주한 모습을 바라보다
내게도 이런 자식이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보석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엄마의 입맛을 너무 잘 아는 딸이기에
생일 아침 역시 별 다섯 개로도 모자랄 정도로
최상의 맛을 선사해줬다.
I wanted to give more points than the number of stars
floating in the night sky
만족한 아침식사 후
어제 아침 걸었던 길과 다른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걸어 올랐다.
매일 걷는 습관이
긍정적인 에너지의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된다는 것도
어제와 또 다른 풍경을 만나면서 자족하기도 했다.
예측했던 30분보다 거의 두배의 시간이나 걸리게 된 것도
바로
그토록 아름다웠던 가을이 땅에 떨어지기 직전의 만추(晩秋)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꼭 가보고 싶어 했던
Museum At Bethel Woods 대신
Opus 40를 방문했다.
(* 별도로 포스팅하기로)
남은 시간을 이용해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 가까이에
히피문화와 예술의 흔적을 토대로 형성된
Thinker ST 거리와 상점들을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솔솔 했다.
근대 예술과
히피문화가 적당하게 접목되어 있는 이곳
낯선 거리
낯선 스토리가 담긴 가옥들
그럼에도
거기에서도 늦가을은 제 몫을 다하고 있었다.
아마
그런 문화에 익숙된 사람들끼리
그 옛날의 향수가 묵은 배경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어김없는 딸의 스케줄에 맞춰 식사 장소인
Cucina 식당에 도착했다.
이 마을에서 가지게 되는 마지막 저녁시간
우리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기억 속에 잠겨둔 것들을
포크로 하나씩 집어내기 시작했다.
주로 가족과 엄마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딸과
그 불편한 것들을 듣게 되는 나
새삼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 온도와 생각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예전보다 많이 성숙한 딸이라
이제는 엄마인 나를 어느 정도 이해해줄 거로 은근히 기대했던 것에 비해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결론에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애써 마련한 저녁식사 분위기가
자칫 어두워지게 될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담겨있는 눈물을 따스한 시선으로 코스프레를 했다.
언제나 당당한데 자식에 비해
세상의 엄마는 늘 죄인이다
눈치 빠른 딸
" Mom It's over.. Let it go..."
기분전환용으로
마지막 함께 보게 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밖으로 나오니
그사이 마을은 아주 짙은 고요함으로 깔려 있었다.
사랑한 만큼 상처 주고,
가까운 만큼 원망스러운 모녀의 관계
-모녀의 세계 중에서-
멋진 딸이 언젠가 나의 든든한 지원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포근한 침대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음악: Beethoven - Silencio
글, 사진/작성
이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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