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폴더

생선과 손님

큐팁 2022. 11. 28. 09:10

 

오붓하게 딸과 3박을 보내고 돌아오는 4일째 되는 날

 가을비가 며칠 동안 내가 디뎠던 대지를 촉촉히 젖시고 있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가장 적당한 3박 4일

 

“Guests, like fish, begin to smell after three days.”

"손님도 물고기처럼 3일이 지나면 냄새가 난다"

-Benjamin Franklin-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 격언이 오늘날까지

일반인들의 공감을 받는 이유는 

바로

아무리 그립고 반가운 사람이라도 3일 그 이상이 되면

서서이 싫증이 나면서

서로에게 민폐가 되고 짜증이 유발하기 때문이다.

 

 

 

 

딸과 엄마도 마찬가지다.

3일을 함께 보내고 나면 점점 서로에게 스트레스는 주고받는

피곤한 상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돌아 나오는 길

 

호젓한 늦가을의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음악의 흐름에 따라

딸과 함께 했던 시간의 조각들을 맞추어 본다.

 

다 하지 못한 내 변명과 더불어

여전히 딸로부터 이해와 인정을 받아내고 싶어 하는 나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무겁고 어두운 고민과 문제로 힘들어 하는 엄마를

 살짝 불러내 짐으로부터 해방시켤 생각을 했다는 것이 기특하다.

 

엄마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엄마가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장소가 엄마에게 휴식처가 되는지

이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는 게 기특해서인지

잃어버렸던 기운을 되찾게 되었다.

 

평소 무뚝뚝한 편인 딸이지만

 담당해야 하는 몫에는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딸 

이번 여행에서 그런 딸의 마음 깊이를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Woodstock이라는 마을과

 

 

 

숙소인 Herb Cottage에서 보냈던 시간이

앞으로의 내 인생 여정에서 자주 조몰락거리게 될 보석이 되어줄 것이다.

 

 

 

아래의 노트는

11살이 된 딸로부터 받았던 내 생일 선물과 편지 

(어렸을 때부터 딸은 엄마 생일, Mother's Day는 단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어찌 보면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은 욕심을 채우지 못해서인지 모른다.

 

 

 

편지 내용에 감동을 받은 나는

그때부터 이 노트북에다

 Jessica에 관한 다양한 기록을 해오고 있다. 

 

 

 

 

극히 직선적인 딸에게

 

 

 

어쩌면

나는

손이 많이 가는

피곤한 존재 일지도 모른다.

 

3박 4일 동안 

서로에게

생선 냄새만큼은 풍기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음악: Norman Candler- 작은 소야곡

글, 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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