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날부터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던 비가 그치자마자
그토록 기다리던 색들이 사방에서 물기를 털면서 나타났다.
역시 가을은
시월에 들어서야 제대로 숙성이 되고,
모든 자연 또한
시월 속에서 진하게 채색이 되는 것 같다
대체로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고독하다' '쓸쓸하다'를 끌어안는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다.
시월로 들어서면
진한 것과 정분을 내고 싶어졌다.
커피에다 계피를 듬뿍 넣어 진하게 타 마시고 싶고
꿀을 듬뿍 넣은 홍차를 홀짝이고 싶다.
그리고
혼자 마주한 테이블 위에다
피 보다 더 짙은 포도주가 담긴 잔을 올려놓고
잔 속에서 찰랑거리는 붉은 가을을 마시고 싶다.
역시
와인은 가을과 궁합이 맞고
와인이 담긴 붉은 잔은 진하고 감미롭다.
이즈음에
John Singer Sargent의
'A Dinner Table at Night' (한밤의 저녁식사* 원제목/ Le Verre - de Porto)을
떠올려 본다.
붉은 램프 불빛과 붉은 포도주가 담긴 유리병,
그리고
잔을 든 귀부인의 나른한 시선,
나로 하여금
그녀의 시선 속에 붙잡힌 붉은 램프 불빛이 되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히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올 가을에는 유행가 제목처럼 립스틱 짙게 바르고 싶다.
가을의 찻잔에다 진한 입술을 갖다 대면
가을은 기꺼이 내 속에서 타 올라줄까..
시월의 천지는 진한 색향에 그윽하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농장에 들러
도톰한 사과 파이 속이나 파고 들여다봐야겠다.
안나 게르만의 달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시월의 영혼이 색의 바람을 타고
요염을 떤다.
노래: 가을의 노래-안나 게르만
글,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