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서양남성이랑 데이트를 하는 것을 눈치챘을 당시만 해도
결혼할 연령이 아니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가
어느 날
진지하게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며
정식으로 Bobby를 우리에게 소개를 했음에도
우리 내외는 은근히 한국남자를 만났으면 하는 기적을 바라며
심지어 관계가 깨어지기를 기다렸다는 게 그 당시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둘의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이 되는 것을 확인하자
한국사위에 대한 기대는 물 건너간 걸로 포기할 수밖에....
점점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바비를 저울질하며 유심히 관찰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한국남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다만
한국여성 치고 키가 꽤 큰 편인 딸과 아주 잘 어울리는 게 보기는 좋았다.
내가 바비에게 차츰 마음을 주게 된 이유 중에는
직접 만들었다는 도자기 그릇을 보여줄 때와
성격이 급한 딸과는 달리 매사에 신중하고 차분한 태도와 더불어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점이었다.
결혼은 부모가 아닌 자기네들끼리 한다는 논쟁이
자식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결론과 맞닿게 되자
결혼식마저 우리 내외는 편안한 을의 자리만 차지했다.
사위가 생긴 후 처음이 되는 내 생일이 Big number70이 되어
지네들이 살고 있는 맨해튼으로 초대를 받았다.
출발하기 전
Bobby로부터 Text가 왔다.
한국말이라고는
겨우 영어 발음으로 엄마 아버지 정도만 알고 있는 미국사위 Bobby
그래도 내 의견을 물어주는 깍듯한 예의는 습관적으로 몸에 밴 듯
간단한 브런치를 위해 사위가 다니는 직장 앞을 지나면서
결혼 전과 후의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등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틀 동안 함께 걷고 함께 감탄하며
꿈같은 장소에서 먹고 마시면서 칠순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색을 입혀준 사위 Bobby의 따뜻한 마음까지 덤으로 얻어냈다.
한때는
한국사위를 얻어 김서방, 박서방이라고 부르면서 정을 주고받는 걸 희망했기에
Last name 이니셜이 M 인 Bobby에게
"M서방"으로 불러 보기도 했지만
어쩐지 어색하기에 그냥 편하게 'Bobby'로 통일했다.
낮시간을 이용하여
보트를 타 고두시간 동안 허드슨강 주변을 바라보니
역시
뉴욕의 거대함에는 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이 강 줄기를 타고 흐르고 있다.
- Little Island -
뉴욕 little island는 허드슨강의 기둥 위에 있는 공원이며
디자인은 영국의 유명한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이 만든 것으로,
그는 또한 베셀(Vessel)을 만들었다.
리틀 아일랜드의 물결 모양 디자인은 물에 떠 있는 나뭇잎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이 섬의 건설은 2017년에 시작되었으며 프로젝트는 2021년에 완료
이 공원은 맨해튼 서부 허드슨 리버 파크의 일부로, 매우 미래지향적으로
허드슨 리버 그린웨이에 위치한 노스 브리지와 사우스 브리지의 두 산책로 중 한 곳을 통해
이 녹색 오아시스에 갈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구글참조)
저녁예약시간에 맞추어
Fulton Distic 주변을 걷노라니
또 다른 세계가 열렸다.
브루클린 다리와 맨해튼 다리 등
세 개의 다리에서 빚어내는 영롱한 불빛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유명한 세프인 장 죠오지가 새로이 오픈한 식당 -The Fulton-
The Fulton: 89 South St, New York, NY 10038
딸아이와의 친분 덕에
BestView Point 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에 빠져있을 때
식당 측으로부터 상큼한 샴페인에
생일축하 디저트까지
대접을 받게 된 저녁식사 테이블은
오묘한 기쁨의 빛을 받아 분위기를 한결 고조시켜 주었다.
--The Ned NoMad- 1170 Broadway, New York
Sunday Brunch를 하기로 예약된 -The Ned Nomad-
멤버십으로 운영이 되어오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일반인들에게도 개방이 되었다고 한다.
오픈시간과 함께 육중한 무게의 커튼이 열리자
한쪽 편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각가지 이름 모를 음식들이 신선도를 초과한 듯
갑자기
몇 가지만 먹고 포크를 놓는 사위 앞에서 마구 먹고 있는 장모를 상상하게 되자
이틀분 식사양은 상상으로 대체하고
한 끼 식사양으로 만족하느라 애쓰기도 했다.
뒤늦게서야
디저트 룸이 따로 준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억울하기도 했었지만
이미 위의 공간이 채워진 상태라
그냥 눈으로 보고
입으로 감탄하는 걸로 대신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사위 Bobby가 준비한
여섯 종류의 과일로 만든 겉바속촉 깜찍한 케이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백년손님일 필요도 없고
씨암탉 잡을 생각도 하지 않으니 편하고
대신
사위사랑, 장모사랑만 주고받는다는 점이
차라리 다행으로 여기게 된
화려한 칠순생일이었다.
*점점 갖고 싶은 게 없다 보니 필요한 게 가치 있는 선물이 되어가고 있다.
음악; Nocturne No.1 in A Minor for Cello and Guitar/ Michael K. Jones - Burgmüller:
글, 사진/작성
이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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