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폴더

그가 찾던 자아

큐팁 2024. 3. 22. 04:58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길」

 

 

 

이 시를 한참 동안 바라보는 동안

내 안에 통곡의 벽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포기해야 했던 것에 대하여....

내가 그토록 찾던 自我대하여...

 

(사진펌:pinterest)

 

노래: 울게 하소서 / 정세훈

 

시: 윤동주/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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