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부터
고향친구 영희의 사망소식은
모든 동창들에게 충격이었겠지만
지난 10월에 만났던 나로선 도저히 받아 들여지지가 않았다.
심한 통증으로 입원을 하자마자 제대로 치료도 못하고 바로 눈을 감았다니
도저히 더 이상 고통을 견디지 못했던가...
평소 내가 암송하는- 마야 안젤로우- 의
시 두 줄에 기대서 영희와의 이별을 억지로 받아들이려 한다.
... 친구가 좋아 사귀었더니 이별이 있고
세상이 좋아 태어났더니 죽음이 있더라....
엄마의 빈 공간을 맡게 된 영희는 아버지와 남동생들을 챙기면서도
늘 밝고 사교성이 뛰어나 학교에서도 인기몰이를 했고
영희집에는 항상 친구들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았다.
친구들이 낮시간에 드나들던 영희집은
나는 주로 집에서 쫓겨난 늦은 시간에도 항상 열려있는 영희방에서 자곤 했다.
미국이민 후 첫 번째 한국방문 시에
제일 먼저 찾았던 친구가 바로 영희였고 그때의 대화 주 내용은
낯선 이민생활에서 허우적거리는 체험에 대한 보고였다면
두 번째 방분땐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친구 아파트 좁은 방에 둘이서 누워
결혼생활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반나절 보냈다.
물론
그 이후 한국방문 시에도 잠시 만났지만
지난 10월 부산에서 만났을 당시 영희는 예전보다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런 몸으로 김해에서 부산까지 일부러 나를 만나러 왔던 게 마지막이라니...
정과 의리, 그리고 책임감으로 야무지게 다져진 영희의 죽음은
늘 가까이에서 인생의 퍼즐을 맞추던 친구들에겐
황망한 죽음과 슬픔 이별 그 이상이 되고 있을 줄 믿는다.
사람마다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것이 다양하겠지만
지금 떠나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영희다.
자그마한 체격이지만 늘 사건과 추억의 중심에 있던 희야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테니
그때처럼
방문은 항상 열어놓거라 ~
잘가 !
시: 오직 드릴 것은 사랑뿐/ 마야 에인절로우
글, 사진/작성
이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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