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폴더

옛이야기 (솔로여행)

큐팁 2024. 2. 24. 10:02

 

결혼 30주 년 기념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용기 대단해요” “멋지다” 그리고 “역시… ”  하며  박수를 쳐줬다.

 

 

어떤 사람은

아내 혼자 여행을 보내주는 남편을 두고 멋지다며 극찬까지 곁들였다.

 

 

 

생각하고 이해하기 나름이지만,

아침에 헤어졌다 저녁에 만나는 부부가 아닌 결혼 후 생업 터에서

 숨까지 동시에 쉬는 우리 같은 처지라면

잠시 떨어져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물론 11일 동안 혼자 유럽여행을 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은 했지만 온전히 혼자된다는 상상만으로도 가뿐하게 일상으로부터 분리가 되었다.  

 

 프랑스 ‘드골공항’ 을 거쳐

다른 일행들과 합류하기로 한 날보다 하루 먼저 리스본에 도착하니 느긋한 오후였다.

 

호텔 체크인 후

호텔근처 지하철을 이용하여 시내에 들어서니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것들이 눈앞에 그득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오는 대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마음이 가자는 대로 따라 걸어 다녔다.

포르투갈 전통식 저녁에 와인을 곁들여 먹고 난 후

호텔로 돌아오면서 나 혼자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 !! 얼마나 동경을 해왔던  싱글의 화려한 외출인가...
 

           다음날 공항에서  열흘 동안 동행하게 될 일행들을 보니

나처럼 혼자 나선 나이 지긋 한 노인 외에는

대부분이 부부이거나 절친한 사이들로 보였다.

 

*리스본을 시작으로 

 

 스페인, 

 

  모로코 

 

 

 그리고

다시 스페인으로 계속 이동하는 동안, 처음 만났을 때의 서먹하고 어색하던 사이가

정다운 이웃들처럼 분위기가 바뀌어 갔다.

 

 매일 새로운 장소에 대한 기대에 부풀린 모습들로

아침 식사 테이블에 모여들고

스치는 낯선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은

영락없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 같다.    

*모로코 페스 가죽공장


 

점점 시간이 지나자 버스에 오르고 내리느라 지친 일행들은

잠시 고개를 옆 사람 어깨에 얹어 놓거나 다리를 걸쳐놓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한다.

 혼자인 나로선 그런 자세가 더할 나이 없이 편하게 다가왔다.    

 

 누구의 어깨가 저토록 편할까?     

 손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나  옆에 서로 서  있기만 해도

보는 사람이 편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그러고 보니 여행을 하는 동안 항상 내 옆에는 낯선 사람 아니면 혼자였다. 

 

 

 

특히 매 식사 시간마다

부부 혹은 잘 아는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 동안

나는 내가 앉을 만한 빈자리를 물색하느라 두리번거려야 했다. 

주로 단체여행일 경우 편리상 순서나 자리는 짝수로 정하기 때문이다.

 

모로코 정통음싟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을 때도 낯선 사람 앞에서 모양을 잡는 것이

화장실 앞에서 가방 부탁 하는 것처럼 미안하고 쑥스럽다.

 

 더 곤욕스러웠던 것은

혼자 독방을 쓰기로 했던 내가

룸메이트가 필요하다는 어느 할머니의 부탁에 선뜻 응하고 난 뒤부터다.

 

남편도 가족이 아닌 낯선 사람과 한 방을 쓰는 동안

자유에는 자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불편함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그때서야 피곤하게 깨달았다. 


 

*안달루시아 짚시공연

 

 

 더블로 사는 것이 짜증 나고 답답할 때마다 화려한 싱글을 꿈꾸던 나였다.

 

때마침 기회가 찾아와 화려한 싱글로 변신을 시도해봤지만

시간이 지나 갈수록

 화려함도 무색 (無色) 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솔로 여행 중에 깨달은 셈이다. 

 

모든 여행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네 시간이나 연착되는 바람에

지루하게 공항을 지키다 무심코 나에게 건네는 말   

 

 역시 여행은

혼자보다 마음이 맞고 편안한 사람과 함께 해야 …….

 

 

 

그새 결혼 41주년이 눈앞에...

 

 

노래: 모래알갱이/ 임영웅

 글, 사진 /작성

 

 

'기본폴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에게 양보했던 날  (11) 2024.03.12
이승만 동상  (17) 2024.03.01
옛 이야기 (선글라스)  (15) 2024.02.18
對面의힘  (19) 2024.02.07
수선공  (14) 202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