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뿔 났다'
오래전 김 혜자 씨가 주연했던 T.V 드라마 제목처럼
딸 때문에 뿔이 잔뜩 난 오래전에 있었던 이야기다.
대학졸업 선물로 딸을 데리고 이태리 로마에 도착했다.
호텔에 도착 후 짐을 풀다 보니 선글라스를 깜빡 집에 놓고 왔네..
여행 필수아이템인 선글라스 없이 10일 동안 카메라 앞에 선다고 생각하니
낭패보다 패닉 상태가 되었다.
spanish steps 주변에 있는 벤더를 둘러봤지만 맘에 썩 드는 것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딸아이의 선글라스를 잠깐 빌려 쓰고
베니스 골목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매번 딸한테 구걸할 때마다 자존심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간단한 점심 후 카페 주변을 둘러보다 발견한 상점에서
큰 맘먹고 거금(?) 으로 지불한 선글라스
트레비 분수 근처
딸아이는 여행내내 자기 것인 양 제대로 즐기기 시작했다.
Toscany와이너리에서 바꿔 쓰기 시작하더니
Venice에서 곤돌라를 탈 때도
베니스 부둣가에 서성댈 때도
St Mark Square
비둘기 밥 줄 때도 쓰고
그래도 양심은 쪼끔 있었던지
콜로세움에서야 겨우 내걸 쓰게 해줬다.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엄마라는 이유로 충분히 참아야 했지만
집에 도착하게 되면
온전히 내 소유물로 정착된다는 사실에 안도를 했다.
평소
명품이나 브랜드 네임에 무심하던 나답지 않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고이 모셔놓기만 했는데
어느 날
서랍에 모셔놓은 안경이 케이스채로 사라져 며칠 동안 혼란에 빠진 나에게
florida로 휴가 갔던 딸이 사진을 보냈다.
OMG!!!
She took my sunglasses...
내가 그리도 찾았던 선글라스가 Florida 에...
한참 후에야 내 손에 들어온 안경을 끄집어 내니
나사가 두 개나 빠져있다.
오리지널 나사를 주문하기 위해
인터넷 서핑 했지만 생각보다 똑같은 나사 구하지 못하자
눌러놓았던 뿔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열이 아래로 가라앉을 즈음에
망가진 것 가져가고 새것 사내라는 메세이지를 보냈더니
미안하다는 말 대신
"A you serious?"
* 이날까지 듣지 못한게 억울해서 결국 글로...
어느새 13년 전의 이야기가 되었네...
노래: Evergreen/ Susan Jack
글,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