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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큐팁 2024. 3. 17. 08:33

 

 

 

한국으로부터

고향친구 영희의 사망소식은 

모든 동창들에게 충격이었겠지만

지난 10월에 만났던 나로선 도저히 받아 들여지지가 않았다. 

 

심한 통증으로 입원을 하자마자 제대로 치료도 못하고 바로 눈을 감았다니

도저히 더 이상 고통을 견디지 못했던가...

 

평소 내가 암송하는- 마야 안젤로우- 의 

시 두 줄에 기대서 영희와의 이별을 억지로 받아들이려 한다.

 

 

... 친구가 좋아 사귀었더니 이별이 있고

세상이 좋아 태어났더니 죽음이 있더라....

 

왼편 : 영희

 

 

엄마의 빈 공간을 맡게 된 영희는 아버지와 남동생들을 챙기면서도

늘 밝고 사교성이 뛰어나 학교에서도 인기몰이를 했고

영희집에는 항상 친구들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았다.

 

친구들이 낮시간에 드나들던 영희집은

나는 주로 집에서 쫓겨난 늦은 시간에도 항상 열려있는 영희방에서 자곤 했다.

 

미국이민 후 첫 번째 한국방문 시에

제일 먼저 찾았던 친구가 바로 영희였고 그때의 대화 주 내용은

낯선 이민생활에서 허우적거리는 체험에 대한 보고였다면

두 번째 방분땐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친구 아파트 좁은 방에 둘이서 누워

결혼생활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반나절 보냈다.

 

물론

그 이후 한국방문 시에도 잠시 만났지만

지난 10월 부산에서 만났을 당시 영희는 예전보다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런 몸으로 김해에서 부산까지 일부러 나를 만나러 왔던 게 마지막이라니...

 

많이 수척한 영희

 

정과 의리, 그리고 책임감으로 야무지게 다져진 영희의 죽음은

늘 가까이에서 인생의 퍼즐을 맞추던 친구들에겐

 황망한 죽음과  슬픔 이별 그 이상이 되고 있을 줄 믿는다.

 

사람마다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것이 다양하겠지만

지금 떠나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영희다.

 

 

자그마한 체격이지만 늘 사건과 추억의 중심에 있던 희야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테니

그때처럼

방문은 항상 열어놓거라 ~

 

 

 

잘가 !

 

 

 

시: 오직 드릴 것은 사랑뿐/ 마야 에인절로우

글, 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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