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폴더 283

단골집

서점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여전히 버텨내고 있는 서점 ' Barnes & Nobel ' 어쩌다 마음이 내키면 들리던 그 곳이 은퇴 후 아예 단골집으로 되고 말았다. 매번 그런 기분이지만 그곳을 향하는 내 마음은 늘 설레고 발걸음은 가뿐하다. 마치 공자가 언급한 난초 방에 들어가 선인 들과 함께 한다는 그런 느낌 때문일까... 입구에 들어서면 신간 베스트 책들이 자기를 읽어 봐 달라는 듯 아양을 떠는 것 같아 책 표지랑 눈을 맞추거나 책장을 열었다 닫았다 몇 차례 한 후 슬그머니 카페 쪽으로 향한다. 카페에서 커피 내리는 소리와 서체를 따라가는 사람들의 조용한 시선이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 빠져나온 내 영혼의 숨을 고르게 쉬게 해 준다. 간혹 어린아이를 데리고 와있는 부모들이 보이면 내 시..

기본폴더 2020.07.01

서양친구

원래 남편과 빌리는 20년 전 같은 골프장 멤버로 알게 되었지만 내가 빌리와 그의 부인을 알게 된 것은 약 15년 전이다. 그나마 서로에 대해 채 알기도 전에 빌리 내외는 버지니아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우리내외가 빌리 내외랑 더 가까이 지내게 된 것은 오히려 그들이 버지니아로 옮긴 뒤 부터다. 매해 메모리얼 연휴나 노동절 연휴가 되면 우리는 빌리가 사는 Leesburg 인근 지역으로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또 다른 지역으로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일반부부 와 다른다는 걸 직,간접으로 느끼곤 했다. 자연히 아내인 T 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또 여러차례 함께 여행을 하면서 그들의 부부생활에 불순물이 많이 끼어있다는 걸 알았다. 탄탄한 회사에 중역인 빌리는 출장이 잦았고..

기본폴더 2020.07.01

나팔을 불던 날.

한국에서 젊은 손님이 왔다. 머무는 시간이 잠시라 하루를 필라델피아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가이드를 하려니까 내가 이 도시에 대해 제대로 아는게 없다는게 아닌가.... 거의 40년 동안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생업을 하면서 생업에 관련된 물건 구입을 위해 필라델피아 시내를 파고 들어가곤 했지만 미 독립을 최초로 선포한 이 위대한 도시를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지 못했다는 것이 슬픈 고백이다. 그냥 기억나는대로 적당히 얼버무리기식보다 이 기회에 나도 제대로 알고싶다는 생각에 위키피디아를 뒤적였다. -구글 이미지- 1871년 필라델피아 시에 새로운 시청 건물이 건립되었다. 시청의 높이는 548피트 (약 167미터, 548이란 숫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출신의 명예의 전당 헌액 선수..

기본폴더 2020.07.01

나만 이럴까...

내가 아주 어렸을 그 당시는 새옷을 얻어입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 바로 추석과 설 뿐이었다. 평소에 먹지 못하는 각가지 음식을 배불리 먹고나면 동네 여기저기에서 바스락 소리를 내며 새옷을 입은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한결같이 윗도리의 소매와 바지가랑이가 한 두어번 접혀 있다. 몇년동안 계속 입을 수 있도록 제사이즈보다 훨씬 큰 사이즈를 사서 입혔기 때문이다. 넘치는 지금과는 달리 귀하고 가난했던 시절의 아련한 풍경이었다. 하루종일 바깥에서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보면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이집 저집에서 전구불빛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나는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명절이 딱 하루 뿐이라는게 그토록 서럽고 화가 나서 울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년에 그런 특별한 날이 여러몇 번은 있어야 한다..

기본폴더 2020.07.01

배신자의 변명

책들이 낯설다. 인터넷 발달 때문인지 아니면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집단 중독이 된 내 탓인지 예전같지 않다. 남의 집안을 둘러보다 다양한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을 발견하면 그다지 알지 못하는 그집 주인의 인품을 넉넉하게 견적을 내주며 존경까지 했던적도 있었다. 덩달아 단골 서점까지 두고 구입한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앞을 지나갈 때마다 훑어보며 무슨책을 읽을까.. 고민도 했었다. 근래에 와서는 무슨책들이 꽂혀있고 무슨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이 감동을 주었는지 기억에서 하나 둘씩 지워지고있다. 은퇴생활이 시작되자 작은 공간으로 옮길 구상을 자주 한다. '떠날 때는가볍게' 라는 구호를 걸고 그때를 대비해서 시간이 날때마다 생각이 날때 마다 정리를 한다는 이유로 책장을 마주했다. 오랜만의 일이다. 어디를 갈 때마다 가..

기본폴더 2020.07.01

쇼팽에게 보낸 편지

아직도 가을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으니 나는 스산한 마음을 잡고 안나 게르만의 '가을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최근에는 쇼팽을 흠모 했었던 '안나 게르만'이 쇼팽에게 보낸 편지를 읽게 되었다. 저녁노을이 들판에 누울 때면 빛과 어둠의 옷을 입은 네가 찾아오지.. 저녁 안개 속에서 나를 맞는 것은 풀잎의 바스락대는 소리와 물의 반짝임이라네.. 바람에 실려 온 봄노래가 대지에 울려 퍼지는 것을 듣네.. 그 음은 투명하고 맑으며 귀에 익고 정겹네.. 마치 고향 집처럼.. 은하수로부터 밤이 밀려와, 반짝이는 장미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네.. 하지만 이곳을 떠나기 전에 포도주 같은 네 음악에 흠뻑 취하고 싶네.. 내 마음속에는 너의 멜로디가 남아 있네.. 기쁨과 슬픔과 삶과 희망이 담겨 있네.. 저녁노을이 들판에..

기본폴더 2020.07.01

'지곡 마을' 에 가면..

울주군 '지곡마을' 에 고모님의 딸 선영이 언니의 수목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도 한국 도착후 울산 고모님을 방문하면서 알게 되었다. 고모님을 찾아뵌 후 바로 언니의 수목원으로 가서 몇 일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매일 강행을 하고 있었던 우리에게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는 훌륭한 휴식의 기회가 되어 재 충전을 할 수있었다. 내가 선영이 언니를 만났던 것을 기억해보니 지금으로부터 거의 18년 전 부산 해운대에다 유치원 운영을 막 시작한 해 였던것 같다. 유럽풍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과 인상적인 실내를 둘러보면서 언니의 능력에 감동을 했던 그날을 잠시 되돌아 봤다. 일본에서 미생물학과를 공부하신 후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서 미생물교수로 지내시다 은퇴하신 형부와 언니는 계곡의 물소리에 반..

기본폴더 2020.07.01

노량진을 가자 했더니 ...

정동 길과 덕수궁 돌담길을 끼고 조금만 걷다보면 영국 대사관저가 보이고 바로 맞닿는 길 언덕에 간판도 이름도 없는 기와집이 나타났다. 입구에서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첫 인상이 식당이 아닌 전통문화재 관람실 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초입 부터 분위기가 정적이었다. 콩과 장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름 '콩두' ( Congdu ) 이층으로 올라 가는 통로 이쪽 저쪽 을 혼을 빠트린채로 쳐다보니 우아한 자연 채광아래 전통과 현대가 우아하게 어우려 진 클래식한 분위기 퓨전 한정식당 테이블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노량진 수산 시장에 가는 차림으로 메뉴를 살펴보기가 약간 민망할 정도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검정콩으로 만든 Cold Soup Appetizer Salada 그리고 완도..

기본폴더 2020.07.01

이야기의 집을 짓고..

지난 3월에 이어 두번째의 방문이 가능했던 것은 아무래도 두 가지 이유가 아닌가 싶다. 먼저 부엌에 자리 잡은 커피머신에 대한 호기심과 책에 대한 애정이 유별 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 저 웅장한 커피머신에서 뽑은 커피 마시러 다시 올께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내가 그렇게 한마디 던져놓았던 것은 주변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갈수록 귀하기 때문이다. 날짜를 맞추고 시간을 정하는데 몇 개월을 보내다 7월의 아침 태양은 여름 텃세를 했어도 다행히 습기가 제로인 날이 당첨되어 주인을 닮은 뒷 뜰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나보다 훨씬 후배 많은 부분에서 괴리감이 생길 것이라는 선입관은 목으로 넘기는 한모금의 커피에 바로 희석이 되고 오랫동안 미뤄둔 이야기를 접시에 쏟아내자마자..

기본폴더 2020.07.01

고기를 잡으러...

남부 뉴져지 마지막 해안지역인 Ocean City 와 Atlantic City 사이에 자리잡은 Margate바로 옆 해안가인 LongPort에 Summer house 를 소유한 남편의 지인으로 부터 낚시 초대를 받았다. 생선은 무척좋아하지만 낚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이 살아왔던 내가 생전 처음 바다낚시를 따라 나섰던 용기는 '은퇴' 라는 훈장이 부여한 마음과 시간의 여유 때문일것이다. 일부러 주말이 지난 월요일을 택한것도 너무 복잡한 바다보다 조용한 바다에서 바다의 실체를 볼 수있기 때문이다. 다른 해안가에 비해 가족전형의 주택단지로 형성이 되어있는 Longport 와 Margate 는 발뒤꿈치를 들고 다녀야 할 정도로 조용하고 한가했다. 친구 집에 도착하니 앞 화단과 뒤뜰에도 바다냄새가 그득해 있었다..

기본폴더 2020.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