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남편과 빌리는 20년 전 같은 골프장 멤버로 알게 되었지만
내가 빌리와 그의 부인을 알게 된 것은 약 15년 전이다.
그나마
서로에 대해 채 알기도 전에
빌리 내외는 버지니아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우리내외가 빌리 내외랑 더 가까이 지내게 된 것은
오히려 그들이
버지니아로 옮긴 뒤 부터다.
매해
메모리얼 연휴나 노동절 연휴가 되면
우리는 빌리가 사는 Leesburg 인근 지역으로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또
다른 지역으로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일반부부 와 다른다는 걸
직,간접으로 느끼곤 했다.
자연히
아내인 T 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또
여러차례 함께 여행을 하면서
그들의 부부생활에 불순물이 많이 끼어있다는 걸 알았다.
탄탄한 회사에 중역인 빌리는 출장이 잦았고
가정생활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은
오로지 빌리가 담당을 했다면
집에서 아이들만 돌봤던 부인 T 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넉넉하게 쓰기도 해서
밤낮 일만 하던 내 입장을 생각하면
부러운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울증에 약물과다 중독으로
늘 무기력하고 지쳐있는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같은 여자,
같은 엄마,
같은 아내의 입장이지만
내가 모르는 그리고 알 수없는 그들만의 문제에 대해
일부러 모른척 해왔던 것이다.
변호사만 배불리게 해주는 복잡한 이혼 수속에 지친 나머지
결국
별거로 타협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얼마 전,
부인 T 는
결혼한 두 딸이 살고있는 우리 지역 근처에
콘도를 구입해 혼자 살고있다.
그동안
끊어졌던 빌리과 남편의 연결이 시작된것도 최근의 일
우리내외를 버지니아로 초대한 것도
15살 연하인 여친에 대해 편안하게 실토한 후이다.
1
결혼37년
둘째를 낳고 부터
각기의 방에서 불행했다고 항변을 토했던 부부
더 늦기 전에
행복할 권리를 되찾게 되었다는 빌리는
저녁식사 테이블에서
" Finally I am happy now ..." 라며 잔을 든다.
주변에서는
그 나이에 젊고 예쁜 여자를 만나고 있는 자기를
'Lucky you...' 라며 부러워 한다며 가볍게 웃는 빌리를 위해
잔을 들어야 했다.
2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우리 내외는 그 여친이 궁금했고
그 여친과 하루를 보내면서 나로 하여금
여러 사항으로 봐서 두 사람이 끝까지 가는 건
불가능 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생각의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부부라는 이유로
자식을 핑계대며
서로 물어뜯고 뜯기면서 고통을 참고 사는게 정답인지
반대로
더 이상 불행한 삶을 이어갈 여력과 인내력이 고갈되기 전
자기의 인생을 보듬고
자기중심적인 삶을 펼쳐보고 죽는게 정답인지...
돌아오는 날
컨츄리 클럽에서 점심을 먹다
내년이면 은퇴한다는 빌리가 부럽기 보다
큰 집에 혼자 남아있게 될 빌리가
바스락 거리는 늦가을 이파리 처럼
공허해 보였다.
그 이유는
이번 방문이 예전 방문때와
분위기가 엄청 다르다는 걸 느낀 우리 부부는
그 원인을
부인 T 의 부재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빌리가 찾았다고 하는
그 '행복'의 유효기간은 언제일까...
'고독은 고통보다 더 치명적이다' 라는 모 작가의 말이
마치
은퇴 이후의
빌리를 묘사한 말처럼
마음에 박힌다.
*위의 사진중 1& 2 외는
빌리 부부와 함께 했던 시간과 장소들
글,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