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사시는 큰 아버님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은 60년대 초반 내가 초등학교 5-6학년 즈음이었다. 그 당시 큰아버지에게는 공무원이 되어 서울로 옮겨간 큰 아들과 서울의대를 졸업한 둘째 아들의 미국 생활이 막 시작했던 때인 걸로 기억한다. 우리 집은 고향 동네 중심가인 대로변에서 있었는데 큰아버지는 사람들을 시켜 수시로 나를 찾으셨다. 한참 신나게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불려갈 때는 정말 화가 나고 짜증이 치올라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내 두 발은 어느새 강변 큰집 대문 앞에 당도해 있곤 했었다. 내게 주어진 주 업무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전매청에서 들어온 담배를 판매장에서 싣고 오는 일인데 그때마다 내 앞에는 손가락에 닳아빠진 주판이 놓여 있었다. 큰아버지께선 필요한 담배 종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