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4

굴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 부는 날이나 날씨와 상관없이 요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괴로운 날도 즐거운 날도 기분과 상관없이 오전 시간에 나는 요가를 한다. 때로는 좋은 일이 생겨 기분이 좋은 날도 있고 괴로운 일로 중 (重) 한 짐을 지고 있을 때도 있으나 기분에 따라 그 파장의 길이나 폭이 다른 건 사실이다. 그래서 호흡과 명상에 집중하는 요가를 통해 '마음 다스리기'에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 감당하기 힘든 일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안으로 파고드는 고통의 원인을 명상과 호흡 중에 찾으려는 습관이 생겼다. 발생하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고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를 향한 원망 때문에 스스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고통의 무게가 쇠뭉치로 느끼게 되는 건 가해자나 피해자가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나..

기본폴더 2023.03.26

내 탓

카페인에 대한 예민한 반응 때문에 커피를 맛 대신 향으로 즐기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늘 상상 속에서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의 향을 골고루 맡으며 모닥불 피워놓은 산장이나 해안가에서 홀짝거리는 멋을 연출하는 만용으로 대신하곤 했다. 물방울이 빗줄기가 되어 창문을 두드리는 날이면 상상의 수치는 창틀 끝으로 치달아 올라 달달한 휴식에 빠지기도 한다.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셔도 꿀잠을 잔다고 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보인다면 그만큼 향과 맛을 동시에 즐기지 못한 서러움일 수도 있다. 은퇴 준비 즈음에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서 마실 용기가 생겼고 은퇴를 하자마자 아침을 맞이하면 제일 먼저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는 일이 하루 노동의 보약처럼 강력한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예전에 상상 무대에서 커피잔을..

기본폴더 2023.03.20

설레는 계절

가을이 지워진 자리에 겨울이 들어설 때와는 달리, 겨울 뒤에 오는 것이 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과 몸에서 온갖 수선을 피운다. 무겁고 답답한 것 한 겹씩 떼내버리고 나도 뭉게구름인양 떠돌고 싶고 길가에 꽃인양 괜히 눈을 흘기고 싶어 진다. 아래의 시를 만났던 그땐 지금보다 훨씬 설레었다. 멀리서 웃음을 던진다 가면인 줄 알듯이 속아주며 피워내는 꽃 속절없이 열어주는 가슴이 곱다. 빼앗기는 순결을 부추며 그 고운 숨소리 담아가는 빛으로 일어서는 여인의 향내 세상의 연인들이 꽃잎으로 다듬는 얼굴은 누구의 밤을 찾아가는 요염인가 박종명의 -꽃을 훔치며- 괜히 꿈틀대기 시작한다 봄은 그런 것이다. 은근히.... 음악: Flower Duet from Lakme 글, 사진 (구글)/작성 이 슬

기본폴더 2023.03.11

非常口

다른 건 몰라도 내가 확실히 믿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살아 숨쉬는 사람 가운데는 백 퍼센트 행복한 사람도 백 퍼센트 불행한 사람도 없다는 것' 이다. 가능하면 어려운 문제나 고통은 피하고 마음의 평안을 안겨주는 '기쁨' 의 방문만 바라는 인지상정일 뿐이다. 대체로 마주한 문제가 스트레스로 쌓이면 피하고 싶은 수단으로 술과 담배 그리고 약물 등에 의지하다보면 피폐한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침묵을 배경으로 매일 요가하고 또 걷는 것도 마주치는 스트레스에서 살아남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방식이요 처방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처방전으로도 외면할 수 없을 때는 다른 세계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코스프레를 하게 된다. 아래의 시 역시 내 나름대로..

기본폴더 202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