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에 대한 예민한 반응 때문에 커피를 맛 대신 향으로 즐기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늘 상상 속에서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의 향을 골고루 맡으며 모닥불 피워놓은 산장이나 해안가에서 홀짝거리는 멋을 연출하는 만용으로 대신하곤 했다. 물방울이 빗줄기가 되어 창문을 두드리는 날이면 상상의 수치는 창틀 끝으로 치달아 올라 달달한 휴식에 빠지기도 한다.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셔도 꿀잠을 잔다고 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보인다면 그만큼 향과 맛을 동시에 즐기지 못한 서러움일 수도 있다. 은퇴 준비 즈음에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서 마실 용기가 생겼고 은퇴를 하자마자 아침을 맞이하면 제일 먼저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는 일이 하루 노동의 보약처럼 강력한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예전에 상상 무대에서 커피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