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수 자리로 복귀했다.
가게를 막 그만 두고 집에서 하루종일 있는 자체를
무척 어색해 하던 초기 백수 생활이
어느 덧
당연한 일인 듯 익숙해졌다.
구태여 시계를 보지 않아도
덜 익은 햇살이 창틀을 비집고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커피부터 내린다.
아침준비 자체가 새로운 취미가 되자
아침시간도 자연히 길게 늘어뜨려진다.
가진게 시간이라는 말과 손가락을 걸듯...
백수로 지내기 에는
어느 계절보다 화사한 봄날이
덜 지루하다는 것을
문밖으로 나서는 순간 감지가 된다.
텃밭 손질이나
화단을 가꾸는 일에 정분을 내는 것도
무엇에도 쫓기지 않아서 가능한 것이라 여기며...
봄은 할 말이 참 많은 모양이다.
동네 한바퀴를 돌게되면
양 사방에서 나를 보며 수다를 떤다.
세수를 하지 않은 얼굴을 바짝 들이 대어도
서로 다투며 아양을 떤다.
구태여
시계를 쳐다보지 않아도 낮 빛에서 힘이 빠지면
저녁을 짓고 저녁을 먹고 설거지로 마무리 하고나면
일정한 시간에 일어 날 필요도
이유도 없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는 사실에 흠칫 놀란다.
종일 놀면서
골고루 챙겨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격하고
감사 하지만
이대로 백수로 박제되어 버리는 것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은 떨쳐 버리지 못하겠다.
화사한 봄이 영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긋한 백수도
만료가 있으면 좋겠다.
글,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