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그냥 스쳐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최근에 들어 유난스럽게 내 시선을 붙잡는 액자 사진
그 속에는
와인 잔을 들고 있는 세 여자의 어깨가 나란히 하고 있다.
물론
지금보다 훨씬 상큼했던 25년 전 행사 오프닝 모습이다.
Penn 대학 별관에서: 왼쪽부터 Siani Lee, 나 그리고 최임자
하지만 지금은
내 양 옆의 두 여자는 한 사람씩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망자 (亡者)가 되었다는 사실에
덧없는 우리네 인생이라는 허무한 생각이 마음 안을 휘젓는다.
지난 6월 22일
펜 아시안 노인복지원 최임자 설립자의 사망 소식은
그의 열정을 기억하는 한인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아직도 이른 나이에...
*2022년 6월 22일 별세
사실
나와는 개인적인 친분보다는 같은 이민 초기 세대로서
주로 공적인 모임이나 행사에서 만나게 되다 보니
서로에게 익숙한 사이였기에 뜻밖에 고인이 된 그녀의 죽음은
함께 했던 날과 시간 그리고 장소들이 이제는 어둠으로 남게 되었다.
팬데믹 직전에
에버그린 센터에서 요가를 지도하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의논을 위해 마주 했던 것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단정을 하게 되자
내가 지금 숨을 쉰다는 사실마저도 부정하고 싶어 진다.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필라델피아 박물관내 한국관 기금 모금 후원회에 사회를 보기로 된
한인 2세 NBCTV 앵커우먼 Siani Lee 가
행사 당일 날
뜻밖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필라델피아 사회는 놀라움과 슬픔에 빠졌고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있던 내게는 슬픔을 넘어 크나 큰 충격이었다.
한인들에게는 소수민족으로서의
긍지와 희망을 심어주었던 그녀가
38세의 나이에 사고로 죽게 될 줄은 어느 누구도 상상했을까....
한국어라고는 겨우 '짬뽕'과 '언니' 정도밖에 모르던 Siani
그래도
언니라며 나를 찾아와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곤 했다.
일각에서는 그런 우리에 대해
Half & Half라고까지 알려지기도 했던 우리
1999년 7월4일 필라델피아 김대중 대통령 '자유메달' 만찬 행사장
그녀의 유명세 꼬리에 달려있던 나는
지역 주류사회의 특별한 행사에도 자주 초대되어 어울리는
달콤한 특혜를 누려보기도 했었다.
이제 사진 속의 두 여자는 모두 망자가 되었고
중앙에 덜렁 혼자 남게 된 나는
두 여자들의 전성기 시절의 추억들을 살포시 덮어놓고
때때로
저 너머로 보이는 뭉개 구름 속에서나마
어깨동무하며 더듬어 보게 될 것 같다.
May Rest in Peace.
노래:
Be : by Neil Diamond
글,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