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아한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 날에 가죽을 품고 이웃들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의 '구부러진 길 ')
여름이 무르익기 시작하면 떠올리는 시다.
특히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여태껏
나비도 밥그릇이 있다는 것 상상해본 적도 없던 내가
나비의 밥그릇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를 만나고 나서다.
반듯한, 매끄러운 실크로드를 걸어온 사람보다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 등에 업히고 싶은 것도
바로
꺾일 때마다
구부러 질 때마다
"웬래 다그런 것이지 뭐"라고 혼자 말하는
마른 등짝에다
코를 비벼도 될 것 같아서인지도 몰라
음악: Bilitis-generique by Sarah Brightman
글, 사진/작성
이
슬